필리핀서 ‘물과 사람 살리기’ 나선 아시안

서울국제친선협회 이순주 회장, “올해 안에 63빌딩 규모의 오염원 제거”

필리핀 4대 빈민지역 중 하나로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던 탓에 심각한 환경오염과 위생문제를 겪고 있는 수도 마닐라 인근의 나보타스.

어린이들이 뛰놀만한 장소가 없다. 악취 머금은 쓰레기만 잔뜩 쌓인 강둑에서 뛰노는 이 지역 어린이들은 빛 푸른 강물에 발을 담가본 적도 심지어 그런 색깔의 강물을 본 적도 없다.

이곳에는 2012년 현재는 폐쇄됐지만 지난 1990년대 2곳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다. 비가 오면 매립지에 쌓인 쓰레기들이 강물과 함께 흘러들어온다. 기후변화에 따른 라니냐 현상으로 엄청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필리핀에서는 해마다 홍수 때마다 나보타스처럼 쓰레기가 마을을 뒤덮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단법인 서울친선협회의 이순주 회장은 “나보타스 이야기를 듣고 상근 간사들과 회원, 자원봉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게 뭘까’라고 고민한 끝에 공중화장실을 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명동 성당 앞에서 대학생 청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사업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을 벌이던 이순주 회장은 아시아엔과 가진 길거리 인터뷰에서 “이미 1500명을 위한 공중화장실을 지어 수변지역의 오염원을 제거했고, 5000명이 사용할 공중화장실을 짓기 위해 올여름 또 나보타스로 간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서울국제친선협회는 지난 5월27일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명동 거리에서 '꿈바라기 봉사단'과 함께 필리핀 나보타스 지역 빈곤퇴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5000명용 화장실은 63빌딩 한 채 정도의 오염원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라며 “물이 오염되면 보건위생 악화로 환경과 인권 전반이 취약해지므로 지구촌 환경과 인권이 맞물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필리핀은 과거 한국전쟁 때 많은 군인들을 보내 참전했고, 전후복구로 한국이 어려울 때 서울 장충체육관과 현재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건물 등 많은 건물을 지어줬다. 이제 우리도 조금이라도 되갚을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구촌의 인권과 환경 등 지속가능성 증진과 국제친선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3년 설립한 서울국제친선협회는 이와 같은 국제교류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2월 정식으로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됐다.

이순주 회장에 따르면,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나보타스 강가에서 노상배변까지 해야 하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중화장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안이자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금석이었다. 피부병과 전염병 등 근본적인 보건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사회 어린이들의 교육과 생활개선 등에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판단이다.

2012년 현재 2채의 공중화장실을 지었다. 하루 360세대 1500명이 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이제 이 1500명의 주민들은 더 이상 노상배변을 위해 어둠을 기다리거나, 악취로 코를 틀어막는 외지인들의 눈총에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나보타스시도 이 공중화장실에 전기와 용수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한국 청년들이 이곳 화장실 짓는데 자원봉사를 가서 세계시민의 기초 소양을 쌓는 중이다. 아시아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그런 삶이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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