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사투 ‘나이팅게일 후예들’께 아낌없는 박수를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 참전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다.

백의천사(白衣天使)는 간호사를 아름답게 부르는 말이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1년 넘도록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필자도 여러 질병으로 일산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때마다 느끼는 일은 간호사들이 거의 뛰다시피 종종걸음을 치는 것을 목도(目睹)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은 것을 느끼게 된다. 간호사는 간호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이나 의과대학 간호학과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인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병원에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간호사가 다른 전문직업인과는 달리 졸업 전에 선서식을 치른다. 이렇게 특별한 의식을 반드시 치르는 이유는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전문직업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의식은 간호사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지식이나 기능 이외에도 사명, 책임, 헌신, 봉사, 긍지 등의 덕목들을 갖추고 실천하려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진리 앞에서의 맹세이고, 사회와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환자들과의 약속이며, 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의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성스럽고도 숭고한 의식인 것이다. 어느 직업인들 힘들지 않는 곳이 있겠냐만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량은 상당히 어렵고 벅찬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코로나 3차대유행’에 즈음한 현장 파견모집 4일 만에 간호사 141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9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울산 지역의 어느 간호사는 “위험한 데를 왜 가려고 하느냐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대구 코로나19 유행 때 파견 경험이 있는 B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내가 한 번 더 가는 게 낫다”며 “당시 경험을 활용해 의료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간호사들은 주야(晝夜)를 넘나들며 근무해야 하는 물리적 어려움과 함께 온갖 병원균에 감염될 개연성(蓋然性)을 감수해야 한다.

환자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천사와 같은 마음과 자세로 근무해야 하는 내면적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옛날 ‘등불을 든 한 간호사’가 있었다. 강자보다 약자의 편에 설줄 알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소녀.

소녀는 자라서 영국과 독일에서 정규 간호교육을 받은 뒤 간호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림반도를 둘러싼 전쟁이 발발하였다. 참혹하고 끔찍한 현장 소식을 들은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쟁터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쥐가 득실거리고 부서진 시멘트 바닥에 시트 한 장 없이 치료를 기다리는 부상병으로 가득 찬 야전병원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등불을 든 여인’으로 불리며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봤다. 또한 병원에 부족한 의약품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이 모아둔 돈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망률 43%’라는 참혹한 환경에서 ‘사망률 2%’라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

이 기적의 등불을 밝힌 여인이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사상자 비율이 높았던 전쟁이라 평가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보급의 집중 관리, 오수처리 등 의료개혁을 이뤄냈고, 이를 확대하여 빅토리아 여왕에게 병원 개혁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1860년 최초의 간호학교를 설립해 많은 제자를 배출했으며, 그녀가 쓴 책은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간호법, 간호사교육의 기초가 되었다.

물건의 쓰임새와 제 역할이 다 다른 것처럼 사람도 각자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사명이라는 것은 꼭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직장, 가정 등 내가 속한 곳에서 맡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이팅게일이 참전했던 야전병원은 좌절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이팅게일은 생명과 희망을 만들었다.

아무리 좌절뿐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작한다면 그것이 기적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 점(點)이 모여 선(線)이 되고, 하루가 모여 1년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방역이 작은 것이라 느껴질지라도 우리가 합력을 하면 방역의 최전선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겐 그것이 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

나이팅게일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주어진 삶을 살아라. 삶은 멋진 선물이다. 거기에 사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지금 미증유(未曾有)의 환란을 겪고 있다. 2월이면 코로나19 백신도 접종이 시작된다. 올 가을이면 코로나19와 작별을 고하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백의의 천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에게 존경과 박수와 합력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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