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에게 보내는 담시
‘바보’에게
왜 갔어, 이 바보야!
왜 그리 황망히 갔어?
뭐가 그리 급했어?
뭐가 그리 억울했어?
뭐가 그리 수치스러웠어?
바보야!
넌 첨부터 발가벗었잖아.
잡은 권력조차 내놓았잖아.
그 잘난 검찰한테, 관료들한데, 기득 세력한테.
어차피 각오하고 그랬던 거 아냐.
넌 무책임한 자야.
절망 중에도 너만 바라보며 실낱같은 희망의 꼬리를 봤던 수다한 민초에게
손이 꼬이고, 발을 절며, 앞을 더듬는 이에게,
심지어 파지 줍는 이에게조차
넌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한 줄기 빛이었어.
그러니 넌 더욱 무책임한 자야.
난 네게 정을 주지도, 지지하지도 않았어.
아니 실컷 욕만 해댔지.
정치 잘 못한다고, 인사 개판이라고.
하지만 네가 자랑스러웠다.
상고 나온 이도 대통령 될 수 있다는 벅찬 파격을 선사했으니까.
이대 나온 어느 계집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망발로 네 가슴에 비수를 꽂았지.
학벌, 그게 대순가?
넌 군대도 당당히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잖아.
어떤 놈은 폐결핵이라나 뭐라나 핑계대고 질질 뭉개다 결국 기피했지.
넌 대인배였어.
“갖고 있는 문화인식이 천박하다”는 똥침 날린 자를 문화관광부 장관에 기용했지.
너의 노제(路祭)를 총연출한 걔 말이야.
걔가 그러더군. “자신에게 대적하는 자를 품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거의 없다”고.
그런데 왜 갔니, 이 바보야?
니가 간다고 모든 게 해결되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교활한 정치 검찰의 닦달이 그리 굴욕스러웠어?
왜 그 지랄같은 성질로 못버텼냐구.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야.
그대가 하늘로 간 지도 어언 3년.
진정한 인간이었던 자를 한 때나마 파란지붕집 밑에 뒀다는 사실 하나로 우린 행복했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피도 눈물도 없는 기득 세력, 그들만의 잔치로 난리법석.
대형교회, 서울대, 삼성, 관료집단, 조중동, 국회, 검경, 그리고 군이 저지르는 분탕(焚蕩)으로 인한 아수라(阿修羅)야.
하늘에서나마 대한민국 불쌍한 민초에게 생전처럼 따사로운 눈길 보내주렴.
-그댈 부엉이 바위 밑에서 잃은 세 돌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