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이다”···이수연 웹툰작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요”

[아시아엔=나경태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청각장애인이 그리는 일상만화라고 해서 얼마나 불편할 지 보러 왔는데 생각보다 잘 살고 계시네요.”

이수연 웹툰 작가(서울대 동양화과 졸업)가 꼽은 베스트 댓글이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인 이 작가는 2015년 8월부터 2년간 자전적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를 연재해 일상생활에서 겪는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재치있게 담아 호평을 받았다.

올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엔 서울시복지상 대상도 받았다.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청각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이를 둘러싼 오해가 많아요.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쓰는 건 말을 못해서다’, ‘귀가 안 들려 글을 배우기가 어려울 테니 작문을 못할 거다’ 등등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환경이나 장애 정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세계를 살아요. 보청기를 끼면 어느 정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수어를 배울 환경이 못 돼 필담으로만 대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죠.”

그는 “저는 근처에 기차나 비행기가 지나다녀도 소리를 못 들을 만큼 청력 손실이 심하지만, 독순술(讀脣術)을 통해 대화하는 유형”이라며 “웹툰을 통해 이러한 ‘다름’에 대해 인식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수연 작가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더욱 청각장애에 대해 다루기가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입모양으로 말을 알아듣고, 소리 내어 말을 할 수 있는 자신으로 인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을 만큼 듣고 말할 수 있게 된 데는 이 작가 어머니 역할이 컸다. 어머니는 성대의 진동으로 말소리의 발음을, 배 위에 쌀가마니를 올려 말의 호흡법을 가르쳤다. 손을 입에 넣게 해 자음을 발음할 때의 혀 모양을, 휴지를 입 앞에 늘어뜨려 ㅁ·ㅂ·ㅍ과 ㄴ·ㄷ·ㅌ을 익히게 했다.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 서울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왕복 3시간 동안 엄마가 저를 업고 다니셨어요. 새벽 일찍 일어나 씻기고 지하철을 태워 등교시킨 다음 수업하는 것을 곁에서 내내 지켜보다 집으로 데려오셨죠. 그러나 엄마는 물론 아빠와 언니도 제 장애를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개성이라며 존중해줬어요.”

그렇게 2년 동안 특수학교에 통학하고, 7살이 되던 해 일반 유치원에 입학했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비장애인들과 같이 공부했다. 온 가족이 내뿜는 긍정의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는 모질고 우울했다. 청각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에 중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글을 못 쓴다’, ‘보청기 끼면 다 잘 들린다’ 등 각자가 알고 있는 단편만 갖고 이 작가를 몰아세웠다. 고립감과 상실감이 극에 달했다.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한 장면 <사진=터치스톤픽쳐스>

“하교하고 집에 돌아와 그다음 날 아침까지 잠만 잤어요. 아무 데도 안 가고 부엌과 화장실만 들락거렸죠. 새삼 부엌과 화장실에 위험한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위험한 것들을 쳐다보면서 위험한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교회의 비디오방에서 우연히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 위험한 생각을 멈추게 했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키팅 선생님의 그 말이 구원의 손길이 됐다.

이후 이수연 작가는 만화는 물론 문학과 영화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고, 서울시장한테서 상을 받는 웹툰 작가가 됐다.

따스한 시선, 부드러운 미소 

‘나는 귀머거리다’를 계기로 실시간 문자통역 서비스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해외여행 통신 중계서비스가 탄생했고, 금융기관의 음성 ARS를 통한 본인 인증제도가 개선됐다. 지난 6월엔 동료 작가와 함께 청소년 시절을 주제로 엮은 만화 <토요일의 세계>를 출간했다. 지금은 근현대 시인을 소재로 한 신작을 구상 중이다.

“지인들도 독자들도 저에게 ‘장애인처럼 안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분들은 물론 좋은 뜻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이 말에도 편견과 비하가 녹아 있어요. 장애인은 동정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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