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휘 칼럼] 韓 보수-진보 대립, 한중관계에 ‘악영향’

한중수교 넉달 전인 1992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전기침(?其琛) 외무부장관과 한국 이상옥(李相玉) 외무부 장관(왼쪽)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자료 사진=바이두(www.baidu.com)>

영국 민족주의 학자인 브루이(Breuilly)는 민족주의에 대해 “국가통치를 확보하거나 유지하는 정치운동과 학설”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말은 민족주의의 도구적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어쩔 수 없다.?

민족주의는 민족 정체성, 민족국가의 독립, 자주, 통일 등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지만 어떻게 보면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회정치운동이기도 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민족주의는 누가 동원하는지에 따라 그 이념이 다를 수 있다.

개항 이래 한민족의 생존, 발전, 자주, 독립, 통일, 정체성, 발전 등을 추구해 온 한국 민족주의는 정치세력에 의해 이원적 구조가 형성됐다.?위정척사사상과 동도서기사상 등 지배세력에서 출발한 민족주의, 그리고 백성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화사상과 동학사상 중심의 민족주의로 나뉘었다.

일제 식민시기에 국가의 독립을 추구한 한국 민족주의는 타협적 민족주의와 비타협적 민족주의로 나눌 수 있다. 1945년 광복 후 한국민족주의는 미군정기의 좌우 대립을 경험했고, 곧바로 집권세력과 저항세력의 대립으로 변화했다. 물론 1948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민족주의는 집권세력의 전용물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항세력의 민족주의가 없던 것도 아니다.

민주화 전환기에 들어 저항세력이 등장하면서 저항세력의 민족주의도 공식적으로 한국의 정치무대에 데뷔하게 됐다. 1980년대 형성된 저항세력과 집권세력으로 양분되는 한국민족주의의 이원적 구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그 사이 집권세력의 맥을 이어온 보수와 저항세력의 맥을 이어온 진보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각자의 민족주의 이념은 바뀐 것이 별로 없다.

진보와 보수는 대외적으로 내세우고 있는?가치도 다르다. 보수는 친미, 친일, 반북, 반사회주의적인 대외 인식과 함께 북한과 중국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진보세력은 미국과 일본 등에 배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는?한국의 민족주의는 선택적 배타경향으로 인해 중한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가 동원돼?걸핏하면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민간 감정 대립을 이어간다. 따라서 21세기 중-한 양국이 ‘전략적 협력파트너’ 관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쌍방의 정치세력에 의해 주도된 민족주의를 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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