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반딧불’ 김영무(1944~2001)

반딧불이

서산마루에 초승달
희미한 호롱불처럼 걸려 있어
깜깜하던 하늘 전체가
아늑한 오두막 되면

등잔에 기름 떨어져 불도 못 켜고
가슴만 졸이던 개똥벌레 한 마리
비로소 마음속에
반딧불 밝히고 길을 찾는다

김영무 시인

– 시집, ‘가상현실’, 문학동네, 2001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