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명 탑승 파키스탄 추락기 두명 생존…”사방 불타고 비명소리만”
[아시아엔=편집국]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에 불이 붙어 있었고, 어른과 아이들 비명만 들릴 뿐, 그들을 볼 수 없었죠.”
지난 22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 주택가에 추락한 여객기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생존자’ 무함마드 주바이르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24일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국제항공의 라호르발 카라치행 A320 여객기(PK8303편)가 22일 오후 2시 45분께 신드주 카라치 진나공항 활주로에서 1㎞도 안 떨어진 주택가에 추락했다.
승객 91명과 승무원 8명 등 총 99명 가운데 1열에 앉았던 펀자브 은행 최고경영자(CEO) 자파 마수드와 10열에 앉았던 24살 기술자 무함마드 주바이르만 목숨을 구했다.
두 생존자는 각각 골절상과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무함마드는 병상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고 순간을 전했다.
그는 “아무도 비행기가 추락할 줄 알지 못했다”며 “착륙을 앞둔 시점까지 순조로운 비행이었는데 갑자기 기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기장이 ‘엔진에 이상이 생겼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방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고, 눈에 보이는 것은 화염뿐이었다”며 “안전벨트를 풀고, 약간의 빛이 보여 불빛을 향해 갔다. 3m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했다”고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무함마드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엄청난 불과 연기를 봤고, 사람들이 울었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기체 밖으로 몸을 던졌고, 누군가가 나를 구급차에 태웠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여객기가 추락 당시 주택가에 꼬리 부분부터 닿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생존자인 자파 마수드는 고관절과 쇄골뼈가 부러져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마수드는 사고 현장에서 들것에 실려 가면서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마수드는 “비행기 착륙 중 충돌이 발생하면서 의식을 잃었다”며 “사람들이 ‘그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의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무함마드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직후 생존자가 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기와 화재로 인해 나머지 탑승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훼손이 심해 21구만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유전자(DNA)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등 사고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잠정 사고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석달이 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