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정은경···’질본’ 창립 대통령과 코로나 퇴치 최일선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뉴스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인사 중의 하나가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일 것이다. 노란 점퍼를 입고 매일같이 브리핑하는 화장기 없는 얼굴은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정은경 본부장은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투명하게 브리핑하는 모습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를 쓴 워커 기자는 <캡틴 클래스> 즉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을 만든 리더의 7가지 숨은 힘’의 저자다.
워커 기자는 “정은경 본부장이 1월 첫 브리핑 때 입었던 깔끔한 재킷은 투박한 재킷으로 대체됐고, 머리를 다듬지 않기 시작했다” “정 본부장은 거의 자지 못하며 퇴근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3주 전만 해도 정 본부장의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은 SNS에 정 본부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기사에 덧붙였다.
워커는 불안한 한국인들에게 그녀의 일관된 논리, 정확한 정보 분석, 침착한 대처 능력이 강력한 치료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이 “코로나19가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때,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믿었다고 전했다.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몇 시간이나 자느냐”고 질문하자, 정 본부장은 “1시간 이상은 잔다”고 짧게 말했다. 짧게 자른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노란 점퍼차림의 정본부장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믿음, 희망을 안겨준 분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지금 정본부장이 활약하는 질병관리본부를 만든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당시 간호사 출신의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이 질병관리본부를 만들자고 노무현 대통령께 건의했을 때, 의사들의 반발과 반감이 극심했다고 한다. 의사의 수직적 지휘를 받는 간호사 따위가 보건정책을 지휘하는 수장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반발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꿈쩍도 안 했다. 경제 마피아들이 쥐고 있던 예산 권한을 빼앗아 기획예산처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기획예산처가 질병관리본부의 설립을 도왔다. 전염병을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전염병이 도래하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검역 대응뿐만 아니라 진단기술 개발, 장비와 백신 개발, 공공과 민간의 협력, 전염병 감시와 국제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거기에다가 복지부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외교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질병관리본부다.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질본’은 단순히 그냥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의사의 반발, 복지부와 경제 부처의 불편한 내색 등을 극복하고, 뼈를 깎아내리는 노력과 고통에 의하여 탄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의 핵심은 단순히 전염병 관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공공의료의 강화, 의료의 공공성 강화였다. 질병으로부터 돈 많은 사람, 신분 높은 사람만 지켜내려고 한다면 사실 ‘질본’은 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고자 한다면 꼭 필요한 조직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염병을 다루는 의료인들에 대한 냉대, 전염병 환자나 의심자에 대한 외면, 전염병 환자가 와서 영업에 지장 받을까 염려하는 민간병원의 행태, 이런 열악한 환경에 처한 곳으로 세금과 자원을 보냈다. 이렇게 냉대를 온기로 바꿔내어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게 ‘질본’ 창설정신의 핵심이다.
노무현은 상놈도 양반되고, 양반도 상놈 되는 세상을 꿈꿨다. 상놈도 노력하면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고, 양반도 잘못하면 처벌받는 세상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꿈의 대가는 아주 혹독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겨놓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질병관리 본부는 지금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우리 국민들을 지켜내고 전 세계의 칭송을 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7개국이 한국에 코로나19 방역물품 수출, 39개국은 지원을 요청했다. 그간 코로나19와 싸우느라 고생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질본’을 믿고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의연하게 대처한 우리 국민 모두에게 맘껏 찬사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