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한국형 민주주의’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COVID-19 바이러스, 즉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과 위협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는 세계 전역에 걸쳐 발생한 현상인 만큼,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지나간 이후라고 해도 많은 것이 변화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비단 의료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는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질서, 즉 ‘뉴 노멀’을 파생시킬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려면, 이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에 나타날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고 회사에서도 재택 근무를 권장하고 있듯, 많은 사람이 앞으로는 비대면성 접촉을 통한 의사전달의 확산이 예상된다. 그에 따라 사회적 고립이 사회현상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으며, 느슨한 형태의 연대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또한 확산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공동체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혼술, 혼밥, 혼여행 등 ‘혼자’ 하는 ‘혼’ 문화가 확대됨에 따라 집단문화가 서서히 해체될 수 있다.

해체된 공동체 문화 탓에 ‘위로’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개인들은 새로운 유형의 애국심과 애국주의에 자신을 의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자칫 쇼비니즘과 같은 전체주의의 모습을 띨 우려도 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 역시 있다. 도시 공원이 도심 속 치유의 공간으로 부흥할 수 있다. 종교의 집단적 예배 문화 역시 변화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정치적 측면을 돌아보면,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대두될 것이다. 상황을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큰 정부의 귀환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서비스와 공직에 대한 신뢰 역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개념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적인 변화 역시 발생하고 있다. 이를테면 투표가 그렇다. 투표 형식 또한 사람과 덜 접촉할 수 있게끔 전자투표 형식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그에 맞춰 선거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또한 현재 시점에서는 경제 위기의 가능성을 묵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정치 사회적 폭동도 우려된다. 이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의 경제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세계경제에도 거대 정부의 필요성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재기 등의 대량소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여 웃돈을 주고 되팔다 잡힌 사례가 증명하듯, 코로나 이후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신보호주의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배적이다. 이와 더불어 국외와의 소통이 단절됨에 따라 국내의 공급 체인이 강화되리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사태 이전에도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 중 하나로 꼽힌 양극화 현상은, 바이러스 이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플랫폼을 갖고 있는 플랫폼 오너 사이에 발생하는 거대한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세상에서 형성된 도시 간의 네트워크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다. 먼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하여 투어리즘이 정체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수적인 안전거리가 필요하게 됨에 따라 도시 면적당 수익성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곧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제는 바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위기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기업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또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매업 비즈니스 역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 다만 배달 어플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지금보다 더 큰 성장세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 위기가 닥침에 따라 실업률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다만 실업자는 가장 불안정한 노동자인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비정규직, 정규직 순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실업자가 양산됨에 따라 정부의 공적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에 있어 기존 선진국의 몰락이 가시화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현재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서유럽 선진국은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기점으로 자국의 붕괴한 의료체계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아시아의 가장 큰 선진국으로 꼽혔던 일본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며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역시 무능한 대응으로 수많은 환자를 내버려두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기존의 선진국 개념 역시 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글로벌 세계의 유동성이 사라짐에 따라서 지역 내의 위기와 개인 불안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내에서의 생존경쟁은 악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양극화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사태 이후의 상황에서 민주주의체제는 훨씬 공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 공적영역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과 검사는 더욱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 이른바 ‘한국형 민주주의’ 질서를 심화하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개인정보 공개와 격리에 대해 국민들의 순응 역시 불가피한 조건이 되고 있다. 개인보다 공동체의식이 앞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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