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4명이 외쳤다, “더 빨리·더 높이·더 강하게?···이제 그만!”
“지구는 우리의 것입니다. 누구의 책임이라며 서로를 탓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한국을 대표해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포럼에서 김이현(동탄국제고)·정재영(영훈국제중)·양준영(인천삼산중)·이승학(반포중) 군의 합동연설문 전문입니다. 2분49초 동안 이어진 연설 동안 반기문 전 총장 등 청중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시아엔> 독자들도 이들의 외침을 경청해 주셨으면 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편집국] “실천 없는 약속은 공허한 외침일 뿐입니다.”
우리가 오늘 왜 여기에 모였습니까? 바로 지구에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양준영, 정재영, 이승학, 김이현입니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글로벌 에코리더(Global Eco Leaders)로서 저희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골든타임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중상을 입은 환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관심과 돌봄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환자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치료받을 수만 있다면 살아날 수 있는 짧지만 귀중한 시간, ‘골든타임’입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2018년에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12년 안에 전례 없는 대규모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라고요. 2019년도 거의 끝나가는 지금, 10년 정도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거대하고 대단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은 그저 낭비에 불과했습니까?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골든타임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우리가 만들어온 기후변화를 되돌릴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들어 왔습니다. 지금과 같이 살아간다면 ‘언젠가’ 지구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고요. 이제 그 ‘언젠가’는 매 초마다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수십 년간 미세먼지로 인해 고초를 겪어 왔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기계가 집 안을 안전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으며 공기청정기를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은 작은 기계 몇 대로 멈출 수 없는 자동차, 공장, 그리고 발전소에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사고 버릴수록 공장들은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할 것이며, 발전소에서는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 합니다. 그로 인해 공기는 더욱 미세먼지로 가득해지고,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가게 됩니다. 길어야 하루 쓰이고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들은 매립지에서 500년간 남아 있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장고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것이 항상 최고라고 생각하는 데 너무도 익숙합니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외치곤 합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사실, 어른들은 수십 년간 언제나 이 믿음을 지켜왔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여러분이 우리를 위해 한 일들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은 우리에게 음식, 옷, 집, 복지, 교육이 더 풍부한, 그리고 전쟁과 기아가 더 적은 세상을 선물해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마법의 주문은 더 이상 우리를 행복하지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과도한 소비를 줄임으로써 생활방식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실천이 경제발전을 방해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좁은 틀을 조금만 벗어나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세계의 사람들은 공유자동차, 중고시장, 자연농업의 성장을 통해 미래의 지속가능한 산업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구는 우리의 것입니다. 누구의 책임이라며 서로를 탓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해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그리고 우리 인류의 운명은 앞으로 10년의 골든타임 동안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10년은 지구의 희망입니다. 함께 변화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