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허물’ 황동규
매미 허물 하나
터진 껍질처럼 나무에 붙어 있다.
여름 신록 싱그런 혀들 사방에서 날아와
몸 못 견디게 간질일 때
누군들 터지고 싶지 않았을까?
허물 벗는 꿈 꾸지 않았을까?
허물 벗기 직전 매미의 몸
어떤 혀, 어떤 살아 있다는 간절한 느낌이
못 견디게 간질였을까?
이윽고 몸 안과 밖 가르던 막 찢어지고
드디어 허공 속으로 탈각脫慤!
간지럼 제대로 탔는가는
집이나 직장 혹은 주점 옷걸이 어디엔가
걸려 있는 제 허물 있는가 살펴보면 알 수 있으리.
한 차례 온몸으로
대허大虛하고 소통했다는 감각이.
– 황동규(1938~), 시집 ‘꽃의 고요’, 문학과지성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