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KBS 기자협·노조·여기자회 “유시민 ‘알릴레오’ 성희롱 책임져라” 일제히 성명서
KBS기자협회 성명서 (전문)
<알릴레오>의 경악스런 성희롱…유시민은 책임 있는 자세 보여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나왔다. “검사들이 KBS의 모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는 것이다. 한 패널의 말이다. 기자의 실명도 거론됐다.
이어진 대화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또 다른 패널이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언급한 ‘다른 마음’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겠다. 이는 명백한 성희롱이다.
문제가 될 것을 예상했는지 발언 당사자는 방송 말미에 “사석에서 많이 하는 얘기”라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실망스럽고, ‘사석에서 많이 얘기했다’는 실토는 추잡스럽기까지 하다.
제작진은 공지를 통해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문제의 내용을 삭제한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사석에서 많이 하는,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성희롱 발언이 구독자 99만 명의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을 통해 라이브로 여과 없이 방영됐다.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의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다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지식인’으로서 유 이사장의 상식과 양심이 남아있는지 지켜보겠다.
2019년 10월 16일
KBS기자협회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1노조) 성명서(전문)
KBS에 치욕을 안겨준 알릴레오
양승동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결국 KBS에 큰 치욕을 안겨줬다. 알릴레오 출연자들은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사실을 알려준다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한쪽 편에 서서 확증편향과 추측성 발언을 일삼다가 결국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 김 모씨를 인터뷰했던 KBS 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알다시피 발언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검찰과 언론의 관계를 얘기하던 출연자 아주경제 장 모 기자는 KBS 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A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면서 “A 기자가 국정농단 때부터 치밀하게 파고들며 검찰과의 관계가 아주 넓어졌다.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 많이들 흘렸다”고 했다.
이 때 진행자인 개그맨 황현희 씨가 장 기자에게 “검사와 기자의 관계로?”라고 하자 장 기자는 “그럴 수도 있고,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흘린 것이다.
KBS기자는 KBS의 대표로서 외부로 나가 취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엄연히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는 KBS 기자는 취재의 최전선에 나가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사규에도 공영방송의 사명을 다해야한다는 의무도 명시해놓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KBS기자를 뚜렷한 증거도 없이, 검사들이 좋아한다는 추측성 발언에다 ‘다른 마음’ 운운하며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그야말로 KBS전체에 ‘치욕’을 안겨준 것이다. 도대체 이 말의 속뜻이 무엇인가?
유 이사장은 방송 말미에 장 기자의 발언이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했고, 장 기자는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 드리겠다”고 했지만 이미 생방송에서 해당 발언은 빠르게 확산돼 여러 언론들에 의해 보도됐다.
알다시피 양승동 사장은 터무니없는 유시민 이사장의 검찰 내통 의혹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해 피해 당사자인 KBS기자들과 상의도 없이 진상조사위와 특별취재팀을 만든다고 밝혀버려 기자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유시민 이사장의 말도 어이가 없었지만 양승동 사장이 외부의 일개 논객의 말을 더 믿고, 납작 엎드리는 태도에 치열한 취재 일선에 나가 싸우고 있던 KBS 기자는 자존심을 짓밟혔고 치욕감을 느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했다. 그런데도 바뀐 것은 없다. 이번에도 유시민 유튜브는 KBS에 대해 허위사실과 성희롱 발언까지 쏟아내 공영방송 KBS에 대해 심대한 ‘치욕’과 ‘불명예’를 줬다.
양 사장!
이번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언제까지 권력의 눈치나 살살 보면서 알아서 납작 엎드릴 것인가?
당신에게는 유시민이 공영방송의 기자, 자신의 직원보다 더 중하단 말인가?
전례없이 적극적(?)으로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외부평가위원회를 만든다고 밝혔던 것처럼 이번 사태에 대해 기민함과 민첩함을 보이길 바란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그런데 국민이 주인인 KBS에 한 정치적 논객이 방송하는 개인 유튜브 방송이 우리 기사를 정면으로 부정하여, 보직간부가 사퇴하는 등 조직을 흔들렸고, 이번에는 우리의 해명을 반박한다고 하며 급기야 직원까지 모욕했는데, 이런데도 가만히 있을 것인가?
양 사장!
당신에게 사실 기대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장으로서 그래도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양심과 도리만은 지켜주기 바란다. 이번 일에 강경 대응하여 KBS의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켜주기 바란다. 끝으로, 개인 유튜브 방송에, 일개 유명 논객에게 조직이 휘둘리는 것은 당신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2019. 10. 16.
무능경영 심판! 공영방송 사수!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2노조) 성명서(전문)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알릴레오’의 성희롱 발언을 규탄한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우리사회의 성 감수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이즈음, 유튜버방송 ‘알릴레오’에서 망언이 방송되었다. 귀를 의심했다. “검사들이 ooo기자를 좋아해서 술술술 흘렸다. 검사들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자 인격 모독이다.
공영방송의 취재관행과 시스템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아프지만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냉정하고 차분해야 한다. 그리고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KBS 법조팀 기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성폭력적 발언과 신변 위협까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악성 댓글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관행과 인터뷰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며 2차 분석에 나선 ‘알릴레오’가 기자 개개인의 이름을 호명하며 추측성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여성 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까지 했다는데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건강한 비평은 보장되어야하고, 아무리 아픈 지적이라도 합리적인 문제제기라면 KBS는 뼈아프게 새겨야한다. 하지만 이번 알릴레오 방송은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희화화하고 웃음의 도구로 삼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언론에 대한 비판은 자유이지만, 개인의 인격을 말살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본부노조는 이번 알릴레오의 성희롱 발언을 강력 규탄한다.
아울러 사측에도 김경록 인터뷰에 대한 평가와 조사와는 별개로 법조팀 기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 16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여기자회 성명서(전문)
명백한 성희롱과 저열한 성 인식을 개탄한다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KBS 보도를 비판하는 방송에서 여성 기자를 모독했습니다. 출연자는 이 기자가 국정농단을 치밀하게 파고들었고, 기자상과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는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가지고” 라고 했습니다. “검사는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젊거나 나이 들었거나, 외모가 어떻든 성별이 어떻든 우리는 직업인이자 기자로서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입니다. 수없이 묻고 찾고 거절당하고 싸우고 그 끝에 존재를 인정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쓰는 기사입니다.
한 순간의 실수였다고 하실 겁니까? 그 순간 출연자들은 그런 표현을 들으면서 즐겁게 웃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당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었을 당사자가 그 순간 느꼈을 모멸감을 짐작하십니까.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몸을 뒹굴었다”고 하고, 바삐 움직이면 “얼굴을 팔았다”고 하고, 신뢰를 얻으면 홀렸을 거라고 손가락질하는 당신들의 시각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비판받을 수 있고 비판받아야 하되 우리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사실에 기반을 둔 정상적인 언어로 받아야 합니다.
당신들의 발언은 여성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순수한 업무적 능력이 아닌 다른 것들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취재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고질적 성차별 관념에서 나온 말입니다. 단순히 한 KBS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묻습니다.
우리는 기자라서, 공영방송이라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다루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살얼음임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신들의 방송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수십만 시청자와 단단한 지지층을 두고, 당신들의 발언을 통해 누군가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당신들이 지는 책임은 무엇입니까. ‘죄송합니다’ 사과 한마디와 영상 편집이면 되는 것입니까. 당사자와 모든 여성 기자들의 훼손당한 명예도 영상 편집하듯이 오려내 줄 수 있다는 겁니까.
대중 앞에서 한 사람을 모독하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출연자와, 그를 방송에 불러들인 뒤 함께 웃고 방치한 방관자 모두에게 준엄하게 항의합니다. 사과 그 이상의 책임을 지십시오. 땅에 떨어뜨린 당사자와 모든 여성, 모든 기자의 명예를 회복할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KBS 여기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