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스님 “이념 버리고 개념 살려야”

컨테이너 가건물에 기거하며 불상 조각에 전념하고 있는 부건 스님.

<인터뷰> 부건불교조각예술원 부건 스님

국내 최대?17m 석탑 13년간 제작

불상의 조각은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조형화하는 작업이다. 신앙의 대상으로 불상 조각은 조각가의 불심에 따라 진가를 발휘한다. 이런 연유로 조각가가 아닌 스님들이 만드는 불상은?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부건불교조각예술원 부건(扶虔) 스님은 석불을 만든다. 지정문화재 조각기능 보유자며 선묵화 국전 작가이기도 하다. 13일 석불, 석등, 석탑이 일대 장관을 이루는 경기도 양평군 하자포리 부건조각예술원에서 스님을 만났다. 부건 스님은 단단한 돌을 다루는 사람답게 건장했다. 스님이 조각한 불상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 부처들의 형상이 다양하다.
“붓다의 종류가 다양하고 의뢰하는 분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를 포함해 과거칠불(過去七佛)이 있고 여러 정토세계에도 많은 부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숭상된 불상은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불, 비로자나불 등이다. 자세, 옷, 장식 등에 따라 더 세분화된다.”

– 작품하기 전에 특별한 의식이 있나.
“물론이다. 원석이 들어오면 반드시 기도와 제를 올린다. 불상을 의뢰한 분에게도 매일 기도를 부탁한다. 불상 조각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혼이 담겨 있다.”

– 재료로 화강암을 쓰는 이유는.
“마모가 덜 된다. 색깔도 따뜻한 황색빛과 차가운 회색빛 등 다양하다.”

– 해외서도 주문이 있는지.
“일본에만 수많은 석불이 들어갔다. 대만, 독일, 하와이에서도 찾는 분이 많다.”

(왼쪽)17m 석탑은 13년 6개월에 걸쳐 제작됐다. 규모, 무게, 가격 등 거의 집 한 채를 짓는 것과 맞 먹는다. (오른쪽)국내 최대 석가모니불 모형틀. 높이만 5m가 넘는다. 아직 의뢰자가 없어 플라스틱으로 모형만 만들어 놓은 상태다. 주문만 들어오면 언제든 만들 준비가 돼 있다.

?”이념은 죽이고 개념을 살려야 한다”?

전시장에서 간단하게 ‘석불 투어’를 마치고 컨테이너로 지어진 그의 차실로 들어왔다. 안에도 옥과 나무로 만든 불상이 가득하다. 부건 스님이 건네는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 출가 이유가 궁금하다.
“금기된 질문인데…(웃음) 부산?고향에 선암사라는 절이 있었다. 어릴 때 그 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 부처님이 나를 보고 계속 웃고 있는 것 같았다.?저 만큼 가도 그랬다. 너무 신기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갔다. 그 때도 나를 쳐다보고 웃고 있더라. 그 자리에서 스님이 되겠다고 말했고, 한 친구는 변호사, 다른 한 친구는 장사치가 되겠다 말했는데, 훗날 정말 그렇게 됐다. 출가 후 한 동안은 마음속에 충돌이 많았다. 내 이상과 불교 공부가 맞지 않아 힘들었다.”

부건 스님은 답변 도중 스님을 무시하는 듯 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따로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스님은 최후의 보루다. 호국불교란 말이 있지 않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목을 내놓으라 하면 순순히 목을 내놓는 존재들이다. 스님들이 말은 않고 있지만…스님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못나서, 공부 못해서 하는 게 아니다. 웬만한 성직자, 지식인들이 홀로 수 십 년 수행한 스님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 부건이란 법명이 독특하다. 누가 주셨나.
“경북 영주에 계시는 지성 스님이 지어주셨다.”

형은 목사, 사촌은 개신교도

– 혹시 다른 종교 인물을 조각해 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독일에서 요청이 있어 요셉상과 마리아상을 조각해 보냈다.”

– 종교 간의 화해를 위해 조각가들이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가능하면 예수님도 조각해 보고 싶다. 천주교와 불교는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신교와는 힘든 부분이 있다.

형님이 목사고 사촌 중에 기독교인이 있는데, 만남이 괴롭다.?기독교인이 된지 3년 된 사촌이 출가한지 10년이 넘은 스님에게 전도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뭘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목사인 형과 신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형수가 와서 쩔쩔매는 형님을 보고 ‘왜 스님은 목사님을 괴롭히느냐’고 힐난한다. 그러면 ‘공부 좀 하라’고 그런다. 개신교에도 훌륭한 목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타 종교인을 전도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 신도들은 있나.
“불상을 만들다 보면 신도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조각에 전념하기 위해 신도는 받지 않고 다만 치유를 원하는 불자들을 치료해 주고 있다.”

– 치료 행위는 배운 것인가.
“타고난 것 같다. 어렸을 적 아픈 아주머니들에게 손을 대면 낫는 체험을 했다. 그러면 아줌마들이 5원씩 줬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영악해져서 아줌마들을 10, 20명 단위로 모아서 50원, 100원을 받고 치료해 주기도 했다.(웃음) 일종의 ‘氣치료’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스님이 첫 시도했다는 삼신할머니상.

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인 가운데 치유 일을 하는 분들이 제법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도 초창기에 병든 많은 사람을 낫게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부건 스님도 아토피 질환자, 입이 돌아간 구완와사 여교사, 불임 여성 등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안 되는 많은 사람을 치료해 준 경험이 있다고 했다. 현대과학이 풀지 못하는 난제 중 하나다.

– 종교계의 치료행위에 대해?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우리 주변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과학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실제 치료됐다는 사람이 많다. 특별한 방법을 쓰거나, 이상한 음식을 먹이는 것도 아니고 단지 손의 기를 활용한다. 상대방의 나쁜 기를 나를 통해 빼내는 것인데, 한 번은 내 몸에 들어온 나쁜 기가 나가지 않아 한동안 고생한 경험도 있다.”

부건사(부건사.kr)에서는 4월19일부터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심신단련 활기수련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큰 돈을 사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무생무심(無生無心)이 개인적인 화두다. 사람을 치료하고 수십 만 개의 불상을 만들어왔지만 아직 절이 없다. 오죽하면 컨테이너에 살까. 돈을 벌 수도 있다. 꽤 큰 땅을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왜 돈을 벌어야 되나. 절을 짓기 위해서?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기 위해서 중이 됐다. 오늘 입고 먹을 음식과 옷이면 충분하다. 자연스럽게 주어지면 거기에 따를 뿐이다.”

만난지 1시간30분쯤 됐을까. 처음부터 부건 스님은 인터뷰할?마음도 없었는데 이 정도 했으면 됐다며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일어섰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스님은?“네편 내편 나누는 이념을 버리고 이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치있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며?“이념을 죽이고 개념을 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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