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러시아 사학자의 ‘고조선 연구’···북한의 연구성과까지 반영
[아시아엔=편집국] 우리에게 고조선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 한국 최초의 국가이지만, 이를 알고 연구하는 서구학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최근까지도 서구학자들 중 상당수가 고조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학자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Yuri Mikhailovich Butin)의 <고조선 연구>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20세기 서구학자가 연구한 고조선 연구의 선구자격인 저작이며, 한국(South Korea)는 물론 북한(North Korea)의 연구성과까지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이 1982년(국내 번역 1990년)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 책의 역사성과 중요성은 몇 배가 된 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이 책이 재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고 싶어 애타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독자들에게 이 책 출간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저자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유 엠 부틴)은?
러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경제학자다. 정식명은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БУТИН Юрий Михайлович)이지만 줄여서 일명 ‘유 엠 부찐’ 또는 ‘유 엠 부틴’이라고도 한다. 1931년 11월 17일 치타주 자바이칼군의 집단농장에서 출생해 2002년 11월 15일 이르쿠츠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한국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한국 문화나 한국어에 익숙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 칸스크사관학교(Канское военное училище) 동방어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수년 뒤 타지키스탄대학의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이어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의 극동지질학연구소에서 1969년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카자흐스탄 위구르연구소와 이르쿠츠크민중경제 연구소에서 교수로, 또한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그는 V. E. 라리체프, A. P. 오클라드니코프와 같은 학자들과 한국고대사, 고고학 문헌을 번역했다. 이를 기반으로 1986년 고조선과 한국고대사에 대한 작업을 정리해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본래 전공인 경제학에 집중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연구서인 <고조선 연구>의 지명도에 비해 막상 그의 일생은 한국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역자 이병두
경기 여주 출생으로 한국외대 이태리어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산대와 명지대에서 강의했으며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사무국장과 사무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지냈다. 불교계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며 국내외 불교 관련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종교평화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역저서로는 <영어로 읽는 법구경> <담마난다 스님이 들려주는 불교 이야기> <지혜로운 삶의 교훈 채근담> <북한산성과 팔도 사찰> <한국종교를 컨설팅하다>(공저) <향기로운 꽃잎> 등이 있다.
해제 유정희
대구 태생으로 자 휘은(揮殷), 호 사륜(史倫), 아명 민혁(珉赫) 또는 길리(吉理), 필명은 은유(殷裕).
리버럴 아츠 중 하나인 미국 Midwestern State University(TX)에서 Global Studies, 경북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고려대 대학원 사학과에서 동양 고대사를 전공하였다. 선진사(先秦史) 가운데 하상주(夏商周)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낸 동양고대사 전공의 국내 정통 동양사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현재 역사학자, 법사학자, 고고학자, 칼럼니스트,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및 번역·감수서로는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하왕조, 신화의 장막을 걷고 역사의 무대로>(중국 하왕조에 대한 간략한 이해),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본 조선왕조>(레지 신부가 전하는 조선 이야기) 등이 있다.
아이네아스 출판사 서평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은 소수에 불과한 러시아인 한국 고대사 연구자 중 한명이다. 부틴은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고, 후에 경제학과 역사 연구자로 평생을 바쳤다.
부틴은 경제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중년에 한국고대사 연구에 천착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고조선에 대한 연구였다. 부틴이 고조선 연구를 진행하던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 당시에는 러시아뿐 아니라 서구학계 전체에서도 한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한국사 연구를 하기로 한 그의 결심과 이후 이루어낸 그의 성과들은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대표작인 <고조선 연구>(1982)가 한국어판 초판이 발행된 이후 곧 절판되어 지금은 몇몇 대학도서관에만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후 많은 독자들이 부틴의 저작이 다시 출판되기를 고대했고, 이에 아이네아스 출판사는 원작의 번역자였던 이병두 전 문화부 종무관과 연락하여 부틴의 이 저작을 다시 출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몇 달 동안의 교정과 교열작업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본문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은 물론 고유명사의 중국식 발음을 한국식 발음으로 교정하는 작업도 병행하였음을 밝혀둔다.
이는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여주기 위한 의도였다. 이제 아이네아스 출판은 이 책을 찾아 헤매며 재출간을 기다렸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부디 모든 분들이 부틴의 학문적 열정의 소산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