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구글에 ‘반정부 시위 생중계’ 유튜브 차단 요구···불응 땐 벌금 부과 가능
[아시아엔=편집국] 러시아 정부가 구글에 대해 자회사인 유튜브를 통해 ‘불법 시위’를 홍보하는 영상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언론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11일(현지시각) 구글에 서한을 보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부 단체가 지역 및 연방 선거를 방해하고, 허가받지 않은 불법집회에 관한 정보를 유포하기 위해 ‘푸시 알림’과 같은 광고 도구를 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시위 홍보영상과 정보를 유튜브에 게시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구글에 요구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와 함께 “구글 자회사인 유튜브가 이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이를 ‘주권 간섭’과 ‘러시아 민주 선거에 대한 방해’로 간주하고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벌금 부과 등의 방식으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구글은 러시아 정부 요청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반(反)정부 시위가 4주째 계속되고 있다. 9월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이 거부당하자, 시민들은 공정선거를 요구하며 주말마다 모스크바 시내에 운집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시민단체 추산 6만명(경찰 추산 2만명)이 시위에 참석했다. 2011년 이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 중 최대규모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자 35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모스크바 시위에서만 256명이 체포됐다. 당시 유튜브 채널들은 시위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시위 시작 직후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서는 인터넷 기업의 외국인 소유권을 20%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AP는 “이번 시위는 러시아 당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서방세력이 러시아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인터넷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