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 17년만에 한국땅 밟나···대법원 “비자발급 거부 위법”
2002년 입국 제한 조치…2015년 소 제기
“병역기피 경우도 38세면 입국제한 풀려”
[아시아엔=편집국] 대법원은 11일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유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씨는 2002년 1월 해외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했고, 곧 유씨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병무청장은 “유씨가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법무부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유씨는 2015년 10월 LA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고, 영사관은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고 통보했다.
이에 유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유씨가 입국금지 결정 제소기간 내 불복하지 않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됐다”면서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돼 비자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공식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게 아니라,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며 “항고 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상급행정기관 지시는 내부에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처분 적법 여부는 상급기관 지시 이행 여부가 아닌 법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 원칙 등에 적합한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재외공관장이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인데, LA총영사관은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사관이 비자발급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유씨의 입국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강제 퇴거된 경우에도 5년간 입국금지된다”며 “구 재외동포법상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유씨에게도 비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기한 없는 입국금지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서 없이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통보한 과정도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