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불패신화 깨져 …이스탄불 재선거서 야당 또 승리
[아시아엔=연합뉴스] 야권 후보의 당선을 취소하고 실시된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다시 승리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시장 재선거에서 개표가 99% 진행된 현재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 前 베일릭뒤즈區 구청장이 54%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공표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는 45.4%를 얻어 이마모을루에게 9%포인트가량 뒤졌다.
앞서 3월 말 지방선거 때 득표율 차이 0.2%포인트보다 훨씬 큰 격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작년 7월까지 총리를 지낸 이을드름 후보는 첫 개표 결과 공표와 거의 동시에 패배를 시인했다.
이을드름 후보는 “현재까지 개표 결과를 보면 경쟁자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서고 있다”면서 “그에게 축하하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재선거 결과를 “전 이스탄불과 터키의 승리”라고 선언하며, 시민과 정파에 감사를 표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우리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준비가 됐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날 재선거는 3월 말 선거 결과가 무효화되고 시행됐다.
3월 말 지방선거 개표 결과 이마모을루 후보가 1만3천여표의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AKP는 투표소 감시원 자격요건이 위반된 사례가 만연했다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야당의 반발에도 이마모을루의 당선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시행하라고 결정했다.
인구 1천500만명의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문화의 중심지다.
1994년 당시 정치 신인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터키 정치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이후 이스탄불 광역시장직은 에르도안이 주도하는 정당이 독식했다.
이마모을루 후보의 재선거 승리와 당선이 최종 확정되면 이스탄불 광역시는 25년만에 ‘에르도안 지배’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이기고, 이스탄불에서 지면 터키에서 진다”고 말해 이스탄불 수성에 애착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