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러 가는 여행- 일본 오키나와 대표 맥주 ‘오리온 드래프트’
관광 인프라와 취항하는 저가항공사가 늘어나면서 오키나와는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따뜻한 남국 오키나와에선 한번쯤 맛 볼만한 것이 있다. 로컬 맥주 ‘오리온 드래프트’다.
수입맥주 시장이 확장되면서 여러 일본 맥주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오리온이란 이름은 생소하다. 오리온이 아닌 ‘오키나와 드래프트’라는 명칭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 정식 수입됐기 때문에 판매처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조금은 낯선 오리온 맥주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오리온 맥주는 1957년 5월 18일 창업자 구시켄 소세이가 전후 피폐해진 지역의 경제를 일으키고자 설립했다. 1957년 말 현민을 대상으로 브랜드 공모전을 열었고, 그 결과 오리온 별자리에서 따온 ‘오리온’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그 이름엔 지역의 부흥이라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꿈이 담겨 있었다.
오리온은 사업 초기 일본 본토 대형 맥주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렸으나, 미국식 맥주를 생산하면서 차별화에 나섰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1970년대 초반 오키나와에서 90%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현재까지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대표 맥주다.
오리온이란 맥주에 흥미가 간다면 나고 시의 맥주 공장 투어를 가보는 것도 좋다. 도쿄의 에비스 기념관, 오사카의 아사히 공장, 후쿠오카의 삿포로 맥주공장 등 일본 로컬 맥주에 대해 알아보고 시음할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있듯, 하나의 관광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식 웹사이트(https://www.orionbeer.co.jp/ko/about/happypark.html)를 통해 사전 등록하면 투어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투어는 오리온 드래프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주는데, 한글 안내파일도 있어 견학하는데 지장은 없다. 약 30분 간의 투어를 마치면 차량을 운전하지 않는 성인은 오리온 생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카페테리아 옆 공간에선 오리온 드래프트 기념품들을 판매하는데 티나 맥주잔 등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으며, 대부분이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들이다.
맛에 대해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릴 수 있으니, 간단하게 설명하면 여타의 일본맥주와 같은 라거(하면발효) 맥주다. ‘부드럽고 시원한’ 맛을 모토로 삼듯 유럽식 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목 넘김이 부드러워 일본 음식이 다소 느끼하다고 느낄만한 사람들이 곁들여 마시기에 좋다.
오리온 드래프트에 대해 조금은 알아봤는데… 질문이 하나 남아 있다. ‘오키나와까지 가서 왜 오리온 드래프트를 마셔야 되지?’ 답은 간단하다.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 소주, 부산에 가면 대선 소주, 전남에 가면 잎새주 등을 찾듯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들이 있다. 구하면 어떻게든 마실 수는 있겠지만, 여행길에 마시는 것과는 기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그 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 특별한 행동을 한다. 특정 장소를 찾아간다든지, 특정 아이템을 산다든지, 혹은 특정 음식을 맛본다든지. 오키나와 드래프트는 1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오키나와에 온 기분을 내기 가장 좋은 아이템 중 하나다. 오키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오리온 드래프트 생맥주를 한 모금 들이킬 때의 그 느낌,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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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러 가는 여행이라고 해놓고 맥주만 소개할 수는 없으니, 오리온 맥주와 잘 어울리는 오키나와 음식점 두 곳을 덧붙인다.
잼 스테이크&시푸드
일본 음식하면 사시미, 라멘, 돈카츠 등이 떠오르는데 오키나와는 조금 다르다.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이 유명한데, 그 중 하나가 철판요리집 ‘잼 스테이크&시푸드’다.
아기자기한 감성은 애초에 포기한 인테리어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가성비는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 한화 약 40,000원 정도면 야채, 해산물, 소고기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으며, 그래도 양이 차지 않는 사람들은 볶음밥을 추가하면 된다. 이 가격에 철판불쇼까지 구경하면서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먹을만한 곳은 오키나와에서도 흔하지 않다.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음식들을 바라보면서 오리온 생맥주 한 잔 마시면 오키나와의 열기가 가라앉는다.
타마야
그래도 오키나와까지 왔는데 사시미는 한번 먹어보고 가야된다고? 그럼 야가지 섬의 ‘타마야’를 가보자. 언덕을 넘고, 또 논밭을 지나가다 보면 외진 곳에 양식장과 작은 식당이 보이는데 그 곳이 타마야다.
타마야에 들어서면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자랑하고 싶을 정도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보니 한글 메뉴는 없지만 그림으로 잘 구분 돼 있어 주문이 어렵진 않다. 새우 사시미와 튀김 덮밥이 주 메뉴인데 두 가지 모두 맛보길 추천한다. 주문과 동시에 바로 옆 양식장에서 새우를 가져와 조리해 주기 때문에 산지에서 바로 맛보는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오리온 병맥주 하나 시켜서 마시면 그냥 행복하다. 오키나와의 명물 코우리 대교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다리 위를 드라이브하며 에메랄드빛 바다를 꼭 보고 돌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