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홀로 뇌수술 받고 죽어간 팔레스타인 5세 소녀
복잡하고 엄격한 입국제도 ‘도마’에…부모, 이스라엘 병원행 불가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연합뉴스] 이스라엘 점령지 가자지구에 사는 5살 아이샤 아 룰루는 최근 낯선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병실로 옮겨졌다. 아이샤는 엄마와 아빠를 부르며 계속 울어댔으나, 곁에 부모는 없었다. 이스라엘 당국이 아이샤가 봉쇄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예루살렘 병원으로 옮기는 것까지는 허용했으나, 그의 보호자인 부모나 가족은 금지했기 때문이다. 아이샤는 병세가 날로 악화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가자지구 집으로 돌아왔다. 1주일 후 아이샤는 세상을 떠났다.
붕대로 머리가 감긴 채 병원 침대에서 미소짓는 아이샤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가고 있다. 아이샤의 아버지 와심은 “아이를 낯선 곳에 맡기는 게 가장 어려웠다. 예루살렘은 한 시간 거리지만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아픈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큰 고통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환자 보호자의 이스라엘 입국 신청은 대략 절반이 거부되거나 아직 해답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18세 미만의 수십명을 포함해 환자 600명 이상은 홀로 또는 가까운 가족 없이 이스라엘로 가야만 했다. 이같은 제도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친서방 성향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무력으로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2007년 비롯됐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내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며 봉쇄를 옹호하지만, 가자지구 내 빈곤과 실업, 상수도, 전기, 의료 등 모든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여러 장애를 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환자나 보호자 모두 이스라엘 입국 승인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WHO에 따르면 2012년에는 환자 93%, 보호자 83%에 대해 승인이 떨어졌지만, 지난 4월에는 환자 65%, 보호자 52%로 뚝 떨어졌다.
아이샤의 경우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바로 승인을 얻었지만, 부모는 여의치 않았다. 37살 아버지 와심은 보통 55세 이하 남성에게 적용되는 추가 심사가 필요했고, 이는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엄마 무나는 이집트에서 자라 승인에 필요한 이스라엘 발행 신분증이 없었다. 부부는 아이샤의 숙모와 75살의 할머니를 보호자로 신청했지만 두 사람 모두 이스라엘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아이샤를 담당했던 예루살렘의 의사 아흐마드 칸다치는 지난해에도 홀로 병원에 온 가자지구 환자들을 많이 치료했지만 아이샤의 사연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곁에서 뇌수술을 받은 뒤 홀로 죽어간 아이샤의 사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거주자들의 복잡하고 엄격한 이스라엘 입국 문제 해결에 어떻게 작용할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