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자부르타’···관객과 하나 되는 숨막히는 70분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푸에르자부르타(Fuerza Bruta, 스페인어로 ‘동물의 힘’)는 디키 제임스 감독이 만든 포스트모던 극장쇼다. 관람객들은 공연 내내 퍼포먼스의 한 부분이 된다. 관객들과 예술가들이 하나가 되는 ‘상호작용 퍼포먼스’ 푸에르자부르타는 지난 4월 23일 막을 올려 8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FB 극장에서 계속 열린다. 푸에르자부르타는 무대에 오른 광대와 정교하고 화려한 의상, 서커스 동작 등을 제외하면 ‘태양의 서커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며 하나가 되는 大作 ‘태양의 서커스’는 푸에르자부르타와 마찬가지로 무대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쇼 시작을 알리는 남자 주인공은 백색 의상을 입고 신비스러움을 풍긴다. 배우와 곡예사의 1인 2역을 맡은 그는 공연장 한 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무대 위를 걷기 시작한다. 무대는 마치 쳇바퀴 같아 보인다. 곡예사는 평범하지만 동시에 비범한 걷기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쇼의 막을 올린다. 어느 새 곡예사의 발걸음은 속도가 붙으며 이내 필사적인 달리기로 변한다.
쳇바퀴 위의 신비스러운 존재, 새하얀 옷을 입은 곡예사가 선보이는 쇼는 다양한 모습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테면 쏜살같이 달리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스티로폼 벽을 향해 달리다가, 이내 부숴버린다. 이 장면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한 대목이다. 곡예사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곡예사를 저지하고자 여러 개의 스티로폼 장벽이 그를 향해 마주 다가오지만 그에겐 힘을 쓰지 못한 채 산산조각 부서지고 만다. 벽뿐 아니라 마주오는 사람들도 곡예사와 부딪히면서 그의 전진을 훼방 놓는다. 하지만 곡예사는 계속 앞을 향해 가야만 한다.
여기서 마치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인의 삶이 떠오른다. 특히 서울의 지하철 출퇴근길,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사람들 걸음걸이는 빠르기만 하다. 단 스티로폼 벽을 부수는 순간에는 모두가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너무도 통쾌한 순간이다. 최고의 아름다운 일탈의 시간이다.
쳇바퀴 퍼포먼스가 끝나면 관객들 시선은 천장 쪽으로 향한다. 허공에서는 2명의 곡예사가 날개 단 천사처럼 유유히 날으며 공중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곡예사들은 준비된 다른 무대로 이동하면서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곡예사들이 움직일 때마다 관객들도 덩달아 움직이면서 무대와 하나가 된다. 바로 ‘물아일체’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푸에르자부르타는 카타르시스를 가져오는 강력한 작용을 한다. 감독과 공연진은 장애물을 연상시키는 여러 이미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유를 표출하려고 한다. 장애물은 답답함을 보여주지만 이내 부숴져 사라지면서 자유의 확산을 연상시킨다. 그 자유는 단원들의 땀과 눈물로 빚어진 퍼포먼스에 의해 완성된다. 순수함 그 자체다.
벽 위에서 벌어지는 커튼 쇼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관객들에게 닿을 정도로 거대한 커튼이 공간에서 춤춘다. 이에 더해 공연장 천장에 매달린 수영장은 관객들의 머리 위에서 하나의 바다처럼 출렁인다. 투명한 플라스틱 수영장 안에서 춤추는 곡예사들이 황홀한 잔물결을 일으키면서 말이다.
공연이 시작될 무렵 동행인 옆에 붙어있던 관객들은 무대가 펼쳐지면서 낯선 다른 관객들과 어우러진다. 공연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공연을 즐긴다. 음악, 조명, 배경 등이 빈틈없디 조화를 이룬 덕분에 관객들은 또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70분간의 공연 내내 관객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순간 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