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화웨이·70개 계열사 거래 제한···미중 무역전쟁 ‘가속화’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만 하는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 등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다.
미 관리들은 이번 조치로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는 일부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상무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이 미국 국가안보와 대외 정책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예방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미 법무부가 지난 1월 화웨이 등이 이란에 불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공모했다는 기소 사유를 발표하고 나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어 “화웨이가 미국 국가안보나 대외 정책 이익에 반대되는 활동에 연루됐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16년 3월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중싱통신)에 대해서도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에 미국 제품을 재수출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ZTE는 당시 미국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다가 미 정부가 이를 여러 차례 유예해 주다가 1년 뒤 합의에 이르면서 이 조치가 해제됐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ZTE 등이 미국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이들 기업의 미국 판매를 직접 금지하지는 않지만, 미 상무부에 중국과 같이 ‘적대 관계’에 있는 기업들과 연계된 기업들의 제품과 구매 거래를 검토할 수 있는 더 큰 권한을 주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다른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앞으로 150일 이내에 규제 계획을 작성해야 하며 그중 하나가 누가 적대 관계에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행정명령은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고 있지만, 상무부의 결정에 따라 특정 기업·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이 통신에 상무부가 행정명령을 시행할 계획을 만드는 데 길게는 6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행정명령은 외국 적수들이 국가 정보통신 기술·서비스 공급망에 제기하는 위협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미국인들은 우리 데이터와 기반시설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에 대한 상무부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나서는 “우리 상무부 팀은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혁신과 경제 번영의 안전한 기반이 되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썼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암초에 부딪힌 가운데 중국산 제품에 대대적으로 관세를 물리는 무역전쟁을 이어가는 한편, 안보 침해 위협이 제기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 왔으며 주요 동맹국들을 상대로도 화웨이의 5G 등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