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윤동주 시선] 참회록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忏悔录

从锈迹斑斑的一面铜镜中
我瞅见了我之面容
不知他是哪一朝代的遗物
只让我感到无尽耻恨

我在记写一行忏悔录
整整二十四年零一个月
我究竟应了何种喜悦

明日或是超然的一天
我还要记写
如下的内容
年少时
我何能写出那般的忏悔

每当沉重的夜色袭来
我以手掌或以脚掌擦亮铜镜
之后  从铜镜之中遇见
黯然走在陨星之下的一个背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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