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39] 아랄해···물길 돌린 치수정책에 하늘도 ‘분노’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5월 세계 19개 지역 수자원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구 중력장 측정 위성인 ‘중력발견 및 기후실험(GRACE)’ 위성을 이용한 지난 2002년부터 2016년까지의 지구촌 민물 현황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과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 그리고 인도 북부 지역과 중동 지역, 카스피해 수역 등 19개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지적한 자료에서 NASA 연구진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랄해 문제라고 적시했다.
아랄해의 주요 수원은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이다.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에서 각각 발원한 두 강의 물줄기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을 지나 아랄해로 유입된다. NASA는 두 강의 물줄기가 아랄해까지 도달하기 전 강 유역의 대규모 목화 재배지로 빠진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그대로 놔둔다면 2050년쯤에는 아랄해가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사실 NASA의 이번 경고는 새로울 게 없습니다. 아랄해의 비극은 이미 1960년부터 시작되었고, 국제 사회도 그 문제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쟈혼기르 씨는 미 항공우주국의 이번 발표가 다소 뜬금없다는 표정이다.
“구소련 시절, 정부에서 아무다리야와 시르다리야의 물을 이용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막대한 목초지와 비경작지를 관개 농지로 바꾸었어요. 그리고 강 유역에 대규모로 목화밭을 조성했습니다. 목화는 실로 많은 물이 필요한 작물이지요. 이를 위해 두 강에 1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댐이 세워졌고, 상당 부분의 강물이 목화 재배 용수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강의 수량이 급격히 줄면서 아랄해가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한창일 무렵 미니버스 한 대가 아랄해 기념탑 앞에 멈추었다. 이번 역시 유럽 관광객들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유적지 히바(Khiva) 관광을 마친 여행자들이 서북쪽으로 길을 잡아 이곳까지 찾은 모양이다. 혹은 카라칼파크스탄의 대표적 선사 유적지인 아야스칼라(AyazKala)를 여행하고 누쿠스를 거쳐 이곳까지 들른 사람들일 수도 있다.
아랄해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낯설다. 일부 배낭여행자들의 발길만이 간간이 닿고 있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위주의 한국 관광객들로서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타슈켄트에서 1,200Km나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하다. 하지만 유럽 관광객들의 발길은 이렇듯 비교적 잦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