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윤동주 시선] 길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写在路途

我实然遗失了
但不知遗失了何物
也不知遗失于何地
在路途中仅能以双手
频频摸索着衣兜之内

四周只见一望无际的石阵
路两边矗立着阴森森石墙
它只是禁闭了铁之大门
向路面投来黑漆漆的沉影

路从清晨通往黄昏
也从白昼通往黑夜
但我手扶着石墙流着泪水
仰望蔚蓝天空只感到耻恨

之所以孤身走在这荒芜之路上
是因为我确信我只属于石墙外面的世界
之所以依然坚持呼吸艰难过活
是因为我要努力寻回所遗失的一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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