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윤동주 시선] 병원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병   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뒷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
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
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
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
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어본다.

 

写在医院

医院后庭一棵杏树下
卧躺着一位年轻女人
她从素衣中伸露着一双白腿
看似在享受日光浴
听说她患有整日整夜胸口绞痛的病
我发现竟然没有一只蝶影掠过她身边
且无精打采的树枝间久久没有一丝风意

其实我也患上了莫名之心病
忍不住莫名之痛来到此院的
年老的主治医生诊不出我之病情
仅对我说:你没有任何病气
但不能因为心痛过重心神过累
而发怒

素衣女人起了身
整理完衣装之后
摘取花坛里的一朵金盏花
离开我之视线
走回了自己的病房

我真希望
素衣女人与我
尽早康复起来
于是默然卧躺于她刚起身的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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