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윤동주 시선]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秋风萧瑟 落叶飘零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
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
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
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
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
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
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
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少年

秋风萧瑟 落叶飘零
树林只等候来年之春
其上方游来一望无际之碧空

少年依偎在树旁
屏息仰望着碧空
其睫毛已被染为碧蓝色
托住温暖双颊的手指
也被染为碧蓝色

少年低头凝视自己之掌心
发现横竖交错的手纹线
恍若曲曲弯弯的流河
河流之上竟映现
顺伊的凄美之容

少年轻轻闭上双眼
但依然可望到
曲曲弯弯的流河
还有映现于流河之上的
一张凄美之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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