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19] 2700년 옛도시 사마르칸트···혜초스님·고구려 숨결 느껴져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기억력 좋은 남자 여행객 한 사람이 차창 쪽 옆 사람에게 입을 뗐다. 부하라에서 사마르칸트까지 버스로 이동할 때였다. 두 사람은 이번 여행길에서 처음 만나 한방을 같이 쓰며 친해진 ‘우즈베크 길동무’다.
“그러니까 사마르칸트라는 데가 말이여, 지난번 이 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문재인 대통령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가서 한참을 얘기했던, ‘고구려사신도’ 나온 데 거긴 거여. 그 사신도가 지금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걸려 있고, 사마르칸트 박물관에도 걸려 있는데, 아무튼 대통령 두 양반이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의 왕래 역사가 1400년이나 되었다는 걸 입증하는 벽화라면서 아주 좋아했다고요.”
“그렇구먼. 내가 알기로는 8세기 때던가, 혜초스님이 거쳐 간 곳이고, 그 비슷한 시기쯤엔 또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수 고선지 장군이 거길 점령하려다가 실패한 적도 있었다지, 아마?”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다. 이쯤이면 가이드 수준급 발언들이다. 우즈베키스탄 여행 4일째를 맞다 보니 이제는 모두가 전문가다. 하루 일정을 마친 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날 여행지를 복기한 덕분이리라. 나름 빵빵한 호텔 와이파이가 한국의 검색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불러냈을 테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얻은 그곳에서의 정보를 일행들과 공유했으리라.
남자 여행객이 기억해낸 고구려 사신도는 7세기 때의 벽화다. 심하게 훼손되었던 이 벽화를 복원해보니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까지 찬 두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고구려 사신들이었다.
그들은 그 시절 왜 사마르칸트까지 갔을까?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팩트 두 가지만은 분명하다. 그 하나는 두 나라 교류의 역사가 이렇듯 길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마르칸트의 유구한 역사성이겠다.
“사마르칸트는 2700년이나 된 고대도시입니다. 하지만 1220년 칭기즈칸에게 정복된 뒤 큰 재앙을 만났습니다. 그가 사마르칸트의 모든 고대 유적지들을 파괴했습니다. 그 뒤 14세기 무렵 아미르 티무르가 사마르칸트를 되찾아 이곳을 ‘동방의 진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갖고 있는 우즈베크 돈 가운데 500숨짜리 지폐 뒷면의 인물이 바로 아미르 티무르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지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인물이 도안된 지폐는 500숨짜리밖에 없습니다. 아미르 티무르의 용맹스러운 모습이 거기에 오롯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사마르칸트의 영원한 자존심이기 때문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