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⑮] 음식문화 한국인 입맛에 ‘딱’···한국엔 비빔밥, 우즈베키스탄엔 ‘오쉬’

우즈베키스탄 관광의 또 다른 재미는 ‘별미 여행’이다. 한국의 비빔밥과 비슷한 ‘오쉬’ 등 이 나라만의 별미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전문 음식점 ‘호지보보’에서 이 식당의 공동 대표 두 사람과 기념 촬영한 필자 모습이다.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최희영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어느덧 연재 15회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먹는 이야기가 너무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거늘, 부하라 여행기로 넘어가기 전 오늘의 주제는 우즈벡 음식 이야기다.

오늘 글은 서울 역삼동의 우즈벡 음식전문점 호지보보(hoji bobo)에서 쓰고 있다. ‘호지보보’는 ‘착한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호지(hoji)는 우즈벡어로 “메카 순례를 다녀온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보보(bobo)는 증조할아버지다. 말하자면 “메카 순례를 다녀오신 증조할아버지”라는 얘기인데, 보통 ‘착한 할아버지’로 통칭된다.

역삼동 GS타워 뒤쪽에 있는 이 음식점은 지난해 봄 한국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알뜰살뜰하게 돈을 모은 우즈베키스탄 청년 사업가 두 사람이 개업했다.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제법 넓은 규모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우즈베키스탄 인사들이나 사업가들이 단골손님이다. 또 점심시간이면 외국 별미를 즐기러 오는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도 잦다.

여기서 오늘 점심으로 ‘볶음 라그만’(lagʻmon)을 먹었다. 이 음식점의 셰프들 모두 우즈베키스탄에서 초빙한 현지 요리사라 그런지 히바 여행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인류 최초의 면요리’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큼직하게 썰어 앉힌 고기 덩어리가 쫄깃쫄깃한 식감의 수제 면발과 조화를 이루며 허기진 여행자의 식욕을 자극한다.

중앙아시아 대부분이 그렇듯 우즈베키스탄 식단의 기본은 ‘논’(non)이라고 부르는 빵이다. 그들은 빵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우리네 어려웠던 시절, 밥 한 알도 남기거나 버리지 않았듯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도 빵 부스러기조차 버리지 않는다. 사막 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빵은 곧 생명이요, 어머니의 정성이며, 공동체 정신을 확인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빵보다 밥이 먼저다. 한국에 비빔밥이 있다면 우즈베키스탄엔 플롭, 또는 플로프, 쁠롭 등으로도 불리는 ‘오쉬’(osh)가 있다.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별미로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가장 먼저 맛보는 음식이 바로 오쉬다.

‘까잔’이라는 큰 솥에 쌀, 소고기(양고기), 당근, 콩, 마늘 등을 넣고 기름으로 볶아 만드는 음식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잔칫상에는 늘 오쉬가 있다. 결혼식, 생일, 장례식, 명절 등 특별한 날에는 항상 오쉬를 만든다. 손님을 맞을 때도 반드시 오쉬를 대접한다.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와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맛도 조금씩 다르다. 오쉬가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지역은 이제 며칠 뒤 여행지로 소개할 사마르칸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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