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초코파이 정’, 베트남 그리고 ‘만만만 캠페인’

오리온 초코파이 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만만만 캠페인’은 ‘한·베평화재단’ 소속 회원들이 2017년 9월 1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앞에서 ‘베트남과 함께 여는 평화 만만만 캠페인 선포식’을 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캠페인은 베트남 꽝남성 학살 50주기를 추모하고, 한국과 베트남이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만만만’(萬萬萬)은 ‘만일의 전쟁’, ‘만인의 희생’, ‘만인의 연대’를 뜻한다. 30년 전쟁이라 불리는 베트남전쟁은 1만일 동안 진행된 전쟁이며, 이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 수는 현재 집계된 것만 1만여명에 달한다.

만만만 캠페인은 이와 같은 명칭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추모하고 평화로 함께 손잡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다. 만만만 캠페인은 5억원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액은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50주기를 맞는 하미, 퐁니퐁넛, 투이보, 주이탄 등 꽝남성 8개 마을과 꽝응아이성, 빈딘성 한국군 피해마을의 제사비와 위령제 지원 등 추도사업과 각종 지원사업에 활용된다.

캠페인 선포식에는 ‘한·베평화재단’과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하여 ‘도시철도노동조합’,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연꽃아래’가 함께 했다. 선포식에 참가한 ‘보건의료노조’는 2006년 처음으로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전국병원노조를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대표자들이 베트남 중부지역을 방문했다. 답사 기간 내내 과거와 마주한 그들은 분노, 슬픔, 아픔이 가득했다.

아프고 불편하다고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베트남 중부지역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면서, 베트남에게 사죄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전쟁에 반대하는 일, 평화운동에 나서는 것은 바로 역사를 직시하는 우리 국민들의 사명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수십년 전, 먼 땅, 먼 나라 전쟁을 돌아보는 것은 그것이 한국의 베트남전쟁이기 때문이다. 5·18 광주의 비극이 베트남 민간인 학살과 닮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과 야만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미래세대에게 역사의 짐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바로세우기 위함이다.”

1월 14일자 조선일보에 ‘베트남 국민과자, 오리온 초코파이-한국의 정(情), 베트남서도 통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베트남의 제사상의 공물(供物)로 매일 초코파이 올라간다고 한다. 베트남과 한국의 인과(因果)를 생각하면 아이러니의 극치 아닌가? 월남전은 1960년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이 미국 연합군과 벌인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맹호부대와 청룡부대, 백마부대 등 30만명이 넘는 전투 병력을 파병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군 1만6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NLF 약 4만명의 사상자와 민간인 희생자를 냈다. 꽝응아이성 빈호아 마을을 비롯하여 곳곳에 한국군 증오비가 서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한국은 베트남 인민에 대한 가해자의 입장에 있다. 그래서 1992년 12월 22일 베트남과 수교한 이후, 한국 대통령이 몇번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만찬을 하며,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선연과 악연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베트남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있다.

한국 남자와 국제결혼 1위국이 베트남 여자다. 월남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외국어대에서 특수 언어 중 최고 인기학과가 베트남어과다. 최근에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베트남이다. 또 동남아 한류의 본산지가 베트남이다.

이와 같은 선연과 악연의 교차 속에서 우리 덕화만발 가족인 속초 ‘돌감자장학회’ 박무웅 대표는 오래 전부터 월남에 버려진 ‘라이따이한’들에게 이미 장학금을 보내주고 있다.

이런 ‘만만만 캠페인’이 이름만 크고 실이 작으면 뒤에 가히 볼 것이 없다. 우리의 실력이 조금 위라고 해서 경제적 이득만 취해서는 안 된다. 베트남의 한두 지역을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한·배트남과의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공동체’를 추진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비전은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다. 한국이 아세안과 베트남을 포함한 신남방 지역과 운명공동체라는 인식 하에 이들과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베트남의 구원(舊怨)이 사라질 것이다.

당장에는 입에 단 초코파이가 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나 근본에 힘 써야 끝이 잘 다스려진다. 그 근본이 우리들의 진정한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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