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부드러운 걸 좋아하건만···할로우의 ‘인공엄마 실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필자는 젊어서 너무 성격이 급하고 강했다. 인간관계가 항상 부딪히고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살았다. 당연히 하는 일이 잘 될 리가 없었다. 강하기만 한 사람은 언제나 손해만 보고 사는 인생이 되는 법이다.
지조(志操)가 강한 사람은 자칫하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워서 남과 다투는 일이 잦다. 평소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인생에서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 공명심(功名心)이 강한 사람도 자칫하면 오만이 흐르게 되기 쉽다. 남에게 질투를 받는 일이 많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1803∼1875)는 사람들이 강해지려고 하는 것은 무능하게 보이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았다.
“옛사람들은 강유(剛柔)의 중도를 지선(至善)으로 여기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약하여 떨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무능함을 싫어하여 강(剛)한 것을 높게 여겼다. 이는 굽은 것을 고치려다 지나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강이 낫고, 유가 꼭 불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에서 ‘강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강(剛)의 좋은 점은 의롭고, 곧으며, 결단력 있고, 줄기차고 굳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은 사납고, 편애하기 쉽다. 반면 유(柔)의 좋은 점은 자애롭고 유순하며 부드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는 나약하고 결단력이 부족하며 간사하기 쉽다.”
옛 사람들은 스스로 너무 강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억제하려 노력하고, 너무 유하여 위축된 경우라면 기(氣)를 확충하려 애썼다. 도량(度量)이 넓은 사람은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강하고, 온화한 것 같으면서도 굳세다. 그리하여 한계도 없고 굴곡도 없으니 그 넓은 도량으로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늘 온화하다. 그래서 온화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한다.
자신의 생각이 지금의 자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욱더 온화해진다. 온화한 사람은 스스로를 바르게 다스릴 줄 알 뿐더러 다른 사람과도 쉽사리 융화(融和)할 수 있다.
인간은 온화하면 할수록 더 큰 성공과 강한 영향력과 큰 권위를 얻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더욱 온화함을 지니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커다란 번영을 얻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항상 침착하고 온화한 사람과 관계를 맺길 바라기 때문이다.
온화한 자신과의 소통은 순도 높은 긍정의 마음 상태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동물심리학자 할로우(Harlow)는 ‘인공엄마 실험(artificial mother)’이라는 특이한 실험을 진행했다. 갓 태어난 원숭이를 헝겊으로 만든 엄마와 철사로 만든 엄마 앞에다 놓아 주었다. 아기 원숭이가 이 두 엄마 중 어느 엄마를 더 선호하느냐에 대한 것을 실험하기 위함이었다.
철사로 만든 엄마 원숭이에게는 가슴에 우유를 넣은 병을 매달아 주었다. 원숭이는 제왕절개로 태어났기 때문에 엄마를 본 적이 없었다. 원숭이는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철사엄마를 더 좋아할까? 아니면 부드러운 헝겊엄마 품을 더 좋아할까?
실험대상인 아기 원숭이는 철사로 만든 엄마보다는 부드럽고 폭신한 헝겊엄마 옆에서만 놀았다. 단지 배가 고플 때만 철사 엄마에게 가서 우유를 빨아 먹었다. 할로우는 실험을 통해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 관계를 통해 삶을 이어나가고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날카롭고 딱딱하고 매정한 사람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관계로 인해 상처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 주위에는 늘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 관계의 시작은 온화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괴테는 “친절은 사회를 움직이는 황금의 쇠사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