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찰도 ‘범죄 사각지대’···핸드백 날치기·후배경관에 금품갈취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2월 23일 오후 9시 45분. 경사가 길 가다가 50대 여성과 마주쳤다. 순간 그는 핸드백을 확 잡아채 도망갔다. 현금 30만원과 지갑 등이 들어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 손목이나 팔을 다친다. 다행히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충격에서 가까스로 정신 차렸다. 몸 추슬렀다.
“도둑이야, 도둑!” 외쳤다. 마침 지나가던 남성이 있었다. 함께 근처 파출소에 신고. 방범카메라를 조사했다. 그 장면. 고스란히 찍혔다. 절도로 체포했다. 그는 2010년 4월에 경찰관이 됐다. 2017년에 경사가 됐다. 30세. 일본경찰로서는 아주 빠른 승진이다.
그날 동료들과 회식했다. 거나하게 취해 혼자 집에 가던 중이었다.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CCTV가 증거. 사직하고 재판도 받아야 한다.(秋田中央署)
“그 돈 내 거요”
2월 24일. 식료품가게 주인. 가게 앞에서 주은 돈을 경찰서에 신고했다. 280만원. 26일. 유실물 관리시스템을 들여다보던 순경. 그 돈이 등재된 걸 보았다. 경찰서 유실물계로 직행. 내가 잃어버렸다며 운전면허증 보이고 찾아갔다. 경찰관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28일. 진짜 주인 나타났다. 20세 순경. 사기로 체포. 전과자로 살게 됐다.(東京高井?署)
애인 집으로 출동
2017년 3월부터였다. 경찰서 경비과장이 근무시간 중에 몇 시간씩 자리를 자주 비웠다. 야간 당직 때도 그랬다. 소문이 나돌았다. 어디 가느냐. 바로 거기 가는 겨. 거기가 어디여? 아, 그것도 모르나.
감찰이 하 수상하다며 미행. 40대 여성을 만나는 걸 발견. 과장님은 엄연히 부인이 있잖소. 도대체 무슨 일이요?
지난 2013년부터 교제해 왔소. 서로 신분도 밝히고. 상대는 독신이었소. 2017년 3월. 그 여성이 다른 남성과 팔짱 끼고 걷는 걸 보았소.
질투 났소. 어느 정도 깊은 사인가 알아보고 싶었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소. 근무시간에도 뒤를 밟아야 했소.
집에도 가서 살펴보고, 직장 근처에서도 잠복하고.
하기야. 마흔다섯 한창나이에 불륜에 빠졌으니. 6년이나 잘 사귀다가 틀어졌으니. 눈에 뭐 보이는 게 있었겠소. 그러던 중에 여성 집 우편함도 뒤지고. 편지도 몇 통 가져다 읽고 버렸다. 명백한 절도. 사생활 침해에도 저촉.
주위에서는 경정 승진 물망에 오를 정도로 일 잘하는 사람으로 봤다. 사표내고 말았다.(大阪 西淀川署)
죄 없는 소년들에게 자백 강요
2월 10일. 백화점에서 물건 슬쩍한 중학 1학년생. 경찰 조사에서 경찰관이 윽박지르고 회유. 너 혼자 한 거 아니잖나. 죄 다 뒤집어쓸래? 네가 말했다고 하지 않을 꺼다. 이름만 대면 네 죄도 가볍게 해주겠다.
어린애는 겁에 질렸다. 죄 가볍게 해준다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다. 같은 반의 친구. 전혀 도둑질과 상관없는 두 명의 이름을 댔다. 친구 둘은 영문 모르고 경찰서에 갔다. 가기 전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소형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어 보냈다. 나중을 위해 꼭 몰래 녹음하거라.
형사 두 명은 신이 났다. 요놈들 잘 왔다. 사실대로 말 안하면 교도소에 가서 썩는다. 교도소에 갈 나이도 아닌 소년을 상대로 겁주었다. 그런 짓 안했다고 해도 형사들은 막무가내. 협박하고 얼려서 자백 받아냈다.
부모들은 변호사회를 찾아가 상담했다. 담당 변호사가 경찰서에 이 사실을 항의했다. 그런 일 없다고 발뺌. TV 뉴스에 녹취 내용 보도. 발칵 뒤집혔다. 경찰서장을 비롯해 주르륵 징계.
직원 사고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경찰서였다. 지방경찰청장이 나서서 고개 조아려야 했다.(東京高井?署)
후배들에게 술값 뜯어
2월 19일. 신임 순경 7명에게 술값을 내게 하는 등 괴롭힌 경사 두 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선배에게 현장 일 배우는 수업료라며 술집에 끌고 다녔다. 피해자는 7명. 한 해 동안 이들은 1천1백70만원을 지불했다.
그 중 한 명은 별도로 4백70만원을 뜯겼다. 어머니한테 돈을 자꾸 빌려 썼다. 수상히 여긴 아버지가 탐정에 나섰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풋내기 순경들에게 술사라고 한다. 거절하면 왕따 당하고 컴퓨터를 고장 낸다. 소문을 들었다.
지방경찰청에 제보. 이들 경사 두 명은 징계에 회부하려고 하자 사표.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얼굴을 때리고, 컴퓨터 부순 죄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