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술탄, 사우디 국왕의 GCC정상회의 초청 거절
작년 6월 단교 이후 사우디 중심 중동 질서 이탈 ‘가속’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가 12월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카타르에서는 셰이크 타밈 대신 술탄 빈 사드 알무라이키 외무담당 국무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카타르 국영 <QNA통신>은 “외무담당 국무장관이 형제 나라와도 같은 사우디가 주최한 GC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예의는 표시하면서도 살만 사우디 국왕이 셰이크 타밈에게 서면을 통해 공식 초청한 것을 카타르가 거절한 셈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6월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으로 지낸다면서 일방적으로 단교를 통보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봉쇄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도 사우디 편에 섰다. 이후 사우디와 카타르는 국교 복원을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GCC 정상회의에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국왕이 직접 참석했고, UAE와 오만은 건강이 좋지 않은 정상을 대신해 총리급이 리야드를 찾았다. GC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살만 국왕이 카타르 군주에게 초청장을 보내면서 일부에선 걸프 지역의 단교 갈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카타르 군주는 결국 불참했고, 갈등 해소 가능성은 작아졌다. 카타르는 사우디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2019년 1월 1일부로 탈퇴한다고 선언해 사우디 중심의 중동 질서에서 점점 이탈하는 모양새다.
셰이크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셰이크 타밈은 살만 국왕의 초청을 받아들여 리야드로 왔어야 했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 때는 주최국 쿠웨이트를 제외하고 카타르에서만 군주가 참석했다.
한편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참가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방,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으로, 이란혁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에 따른 위기감을 배경으로 페르시아만의 아랍산유국이 경제·안전보장 등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1년 5월 설립했다. 분담금은 각국 인구나 석유수입에 관계없이 일률적이다. 상설사무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다. GCC 정상회의는 외무장관 또는 그밖의 대표에 의해 반년에 1회, 각료급 회의는 각국에서 돌아가며 2개월에 1회 열린다.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회 수뇌회의에서는 △페르시아만안 방위문제에 대한 초강대국의 개입 배제 △이란-이라크 전쟁의 평화적 해결 △이스라엘의 침략 반대 △통일된 석유정책 수립 등에 합의했다. 1990년 2월 오만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GCC 가맹국간의 지역관세 면제, 역외의 공통관세율 설정 등 권역 내 시장통합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