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국회의사당, ‘관광 콘텐츠’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헝가리 국회의사당을 보고 입이 짝 벌어졌다.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장관이었다.
1904년 완공된 이 신비로운 건축물은 낮에든 밤에든 부다페스트의 품격을 한 단계 올리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다. 네오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채로움에 관광객들은 분망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88개의 동상, 691개의 집무실. 첨탑 높이까지 헝가리의 건국연도(896년)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니, 이 국회의사당은 단순한 건조물이 아니라 헝가리의 국가적 자존심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 아마 1년 내내 민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치를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헝가리에서 난민을 지원한 단체나 개인에게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생겨났다. 이른바 ‘스톱 소로스(Stop Soros)법’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한 곳이 바로 헝가리 의회다.
외국인은 헝가리에 정주할 수 없도록 한 헌법개정안도 통과됐다.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에서 이런 법안들을 만들어내다니, 비극이다.
난민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난민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면 될 일이다. 한데 난민을 도와줬다고 처벌을 한다? 심지어 ‘징역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고의 부박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영국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국회의사당의 의미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거대한 건축물의 규모와 디자인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영국 국회의사당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필시 영국 국회의 외관뿐 아니라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존중도 담겼으리라.
이 국회의사당이 단순히 외관이 멋있다는 이유로 ‘관광 콘텐츠’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의 본령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