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겨울비’ 구재기 “퍼뜩 정신이 들어”

유리창 밖 겨울비

둑길에 선 나무들이

일제히 한 겹씩

옷을 벗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또다시 풀뿌리를

캐며 씹으며

눈물을 훔쳐내야 하는가

 

퍼뜩 정신이 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쓸쓸한 세상 한가운데에

내가 서있다

 

둑길에 선 나무들이

저물 무렵

겨울비에 사뭇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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