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의 범죄칼럼] 캬바레 단골 택시기사, 꽃뱀에 물린 제비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경찰청 수사국장 역임] 택시업계 고유의 비행과 범죄가 있다. 비행이라면 여자승객 유혹이다.
이등병 때 고참 이 병장. 입대 전 직업은 택시기사. 주로 청량리를 무대로 영업했다. 그가 휴가 갔다 오면 모두 몰려들었다. 귀 쫑긋. 이번엔 또 뭔가. 휴가동안 택시 몬 얘기, 다들 궁금했다.
“전농동에서 태웠어. 40대초로 보이더구먼. 덜컥 조수석에 올라타는 거야. 뒷자리 놔두고. 미녀야 미녀. 어, 이거 침 나오네. 어디로 모실까요? 머뭇거린다. 경동시장 카바레요? 예, 거기요. 함께 갈 사람 있나요? 아니요. 그럼 같이 갑시다.” 이런 식으로 얘기 오간다.
제비와 꽃뱀
벌건 대낮에 장바구니 들고 타는 중년 여인. 행선지, 1차 춤추는 곳. 거기서 스트레스 다 못 풀면 2차 간다. 남녀 짝지어서 여관으로 향한다. 이 병장 취미(?)다. 대체 몇 명이나 따먹었소? 짓궂게 묻는다. 야, 그런 걸 누가 세냐. 늘 두 가지 주의사항으로 얘기 끝맺는다. 인생교훈이다.
1. 여관비는 여자가 다 내게 하지 말어. 가끔 사내도 내야 하는 겨. 그렇지 않으면 여자 등치는 ‘제비’ 되기 십상팔구 十常八九여. 인생 종친다.
2. 이쁜 여자일수록 주의해야 혀. 그런 여자가 살살 꼬리치며 다가오면 필시 일 난다. ‘꽃뱀’여.
여관방 당도하면 기둥서방 나나타난다. “이런 우라질 것들 보게. 둘이 붙어서 뭐 하는 거여. 이게 간통현장여. 현장!” 돈 뜯긴다. 돈 안주면 간통죄로 고소. 감옥 간다. 인생 종친다.
택시강도
택시를 둘러싼 범죄. 기사가 승객 턴다. 강간한다. 택시타기 무섭게 만든다. 반대로 승객이 기사 터는 강도도 많았다.
택시가 현금 싣고 다니는 이동금고였기 때문이다. 택시요금을 카드로도 지불하게 되면서부터 택시강도는 거의 없어졌다. 이 점은 현금이 머물던 곳, 주유소나 편의점도 마찬가지. 누구나 카드 쓴다. 털어봐야 몇 푼 안 된다. 은행강도도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생긴 게 보이스피싱. 돈줄錢脈 찾아 거기로 몰려갔다.
택시강도는 주로 도심에서 승차해 변두리 외진 곳에서 일 벌인다. 인파가 많으면 덜미 잡히기 쉽다.
영등포나 양천, 강서에서 승차->김포나 강화쪽으로 가다 턴다. 사람 눈에 덜 띄기 때문이다.
관할싸움 와중에 석촌호수에서 시신 떠올라
이게 골치 아프다. 강도가 탄 곳은 영등포. 영등포경찰서 관할이다. 강도가 발생한 곳은 김포. 김포경찰서가 관할이다.
강도사건이니까 반가울 리 없다. 잡지 못하면 미제사건 수 늘어난다. 성적 떨어진다. 맡지 않으려고 서로 너희 관할이라며 다툰다. 요즘도 마찬가지.
약 한달 전 나이 일흔 남성이 홍성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치매였다. 홍성경찰서 경찰관이 발견, 서울 송파까지 모시고 가서 가족에게 인계했다.
며칠 후 또 가출. 행방불명. 송파경찰서에서는 지난번에 홍성경찰서에서 발견했으니 이번에도 당신네 홍성경찰서 사건이라고 우겼다.
주소지와 가족 사는 곳이 서울 송파. 집 나와 여기저기 떠돌다가 연고緣故 없는 홍성에 당도. 마침 순찰경찰관이 보고 송파의 가족에게 데려갔었다. 그런데, 송파 여성청소년계장, 넋 나간 작자다. 홍성사건이라며 우겨댔다. 그런 와중에 석촌호수에서 시신 떠올랐다. 바로 그 일흔살 남성이었다.
London Black Cab Rapist
런던에서는 빨간 버스와 검은 택시가 명물 구경거리다. 이게 심심찮게 말썽부린다. 최근에도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John Worboys.
그 black cab 몬 운전기사다. 여성승객 강간 일삼아 Black Cap Rapist라는 별명 붙었다.
1957년생. 아버지는 가출. 아홉살 때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 4년 후 사망. 우유배달로 벌어서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열여섯에 학교 중퇴.
milkman우유배달부로 열심히 살았다. 우유보급소 매니저로 승진도 했다. 동네 벗어나려고 경비원으로 전직했다. 제약 많았다. 변신 시도.
1987년 서른 살. 스트리퍼stripteaser됐다. 예명은 Terry the Minder 당신 돌보는 테리.
스트리퍼에서 택시기사로
여성과 동성애자에게만 공연했다. 전문분야는 분야는 hen party, 곧 결혼할 여성들만의 파티에서 스트립쇼. gay venue동성애자 행사에서도 공연. 둘다 현지출장 영업이었다. 아울러 kissogram 생일 등 기념일의 주인공에게 선물 보내는 사람의 축하메시지를 가지고 찾아가 키스를 하고 깜짝선물 전하기다.
strip과 kissogram으로 여성들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영업이 순조롭게 되자 포르노영화에도 손댔다. 배우 겸 감독.
돈도 많이 벌었다. 집도 몇 채 사두었다. 1999년 8년 전 결혼한 부인과 이혼. 변화가 필요했다.
2000년 마흔 살. 13년이나 종사한 스트립과 포르노에서 손 땠다. 택시기사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