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은 무명가수 데이브 캐럴에게 왜 무릎 꿇었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거대한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게 되고, 대궐 같은 집도 굴뚝에서 새어나온 작은 불씨 때문에 잿더미가 된다. 작은 잘못이 때로는 엄청난 과오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불이과’(不二過)라는 말이 있다. 과(過)는 허물이란 뜻, 그러니 ‘불이과’는 두번 다시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은 처음부터 지키지도 못할 욕망에 대해 스스로 후회한다. 하지만 전에 이루지 못한 욕망을 다시 이루려고 계획을 세운다.
계획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무망론(無望論)이다. 계획을 세워봤자 지키지 못할 것이니 처음부터 아예 계획을 안 세우고 천방지축(天方地軸) 되는 대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망론(待望論)으로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획이라도 세우자는 것이다.
<논어> ‘선진편'(先進編)에 사람의 계획에 대해 ‘무망과 대망’의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 중 염구(?求)는 “대망론의 이상(理想)은 좋지만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잘못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만 가겠다고 미리 선을 긋는 자세”라고 지적한다.
공자의 지적이 아무리 적실하다고 하더라도 염구는 처음에 품은 계획을 실현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는 셈이다. 계씨(季氏)는 노나라 임금보다 더 부자인데 염구가 그를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걷어 재산을 불려주었다. 이에 공자께서 “염구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이 북을 울리고 염구를 성토해도 좋다”고 말한다. 염구는 공자의 ‘사과십철’(四科十哲)에 속하는 극히 소중한 제자인데도 그렇게 말한 것이다.
공자는 애제자 염구가 계씨의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꼴을 보고 격분한 것이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염구를 성토만 한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게 했다. 비록 큰 잘못을 했더라도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성인(聖人)은 악한 자와 무리지어 백성을 해함을 미워하는 게 이와 같은 것이다.
이와 달리 안연(顔淵)은 한번 하고자 한 일이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지녔다. 공자는 안연에게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호학’(好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안연도 염구와 같은 사람일진대 어떻게 변심하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을까?
공자는 변함없는 안연의 비밀을 ‘불천노’(不遷怒)와 ‘불이과’(不貳過)로 제시한 적이 있다. ‘불천노’는 자신이 느끼는 화(火)를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불이과’는 한번 저지를 잘못을 두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천노’와 ‘불이과’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과오를 열정으로 바꾼 사람이 있다. 한 가수와 비행기회사와의 싸움 이야기다. 미국의 무명 가수였던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수화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화물칸으로 마구 던져져 실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미국에 도착해서 기타의 목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 한국 돈으로 400만원쯤 하는 고가 기타였다. 미국 시카고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캐나다에서 항공권을 끊었으니 거기서 처리하라고 했다.
캐럴은 급한 상황이라 자신의 돈 100만원을 들여서 기타를 고쳤다. 이후 유나이티드항공사의 고객서비스센터와 계속 통화를 했다. 하지만 9개월 후에야 그 항공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보상을 해줄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항의해야 할까? 캐럴은 화내지 않았다. 그리고 유나이티드항공사의 잘못에 대해 기나긴 싸움을 시작한다.
“그래, 그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U항공은 기타를 부숴버리지’(United Breaks Guitars)라는 컨트리풍의 코믹 노래다. 유튜브에 올라간 경쾌하고 재미있는 이 동영상은 1주일 만에 300만 명 이상이 보았고, 몇달 동안 1,000만명 이상이 그를 응원했다. 팬들은 동시에 U항공사를 비난했다.
마침내 그는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가수로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캐럴은 U항공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그 덕분에 각종 뉴스 프로그램은 그를 인터뷰했고, ‘아이튠즈’(iTunes) 같은 음원판매 사이트에서도 그의 노래는 크게 히트했다.
오히려 급해진 건 유나이티드항공이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후,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가 나흘 동안 10%나 빠져서 한국 돈으로 2000억원(1억 8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 금액은 캐럴의 기타를 5만개 이상 사줄 수 있는 돈이었다.
결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캐럴에게 사과하고, 노래 동영상을 수하물 관련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썼다. 그리고 악기 등 파손 우려가 있는 물품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오늘날 기업의 환경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무지포악한 사람이 와서 시비를 걸 때에는 슬그머니 그 경계를 피하였다가 뒤에 타이르듯이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