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적벽대전···과연 동남풍은 어떻게 불어온 건가

사람들은 종종 과학과 마술을 혼동하곤 한다. 오랜 관찰과 실험이 필요한 과학 대신 주술을 선호하는 것은 나약함과 게으름 탓일지도 모른다.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주술로 불러왔다는 동남풍은 실제로는 그가 오랜 관찰을 통해 밝혀낸 과학에 바탕한 것이었다. 위 그림은 과학과 주술이 뒤섞여 일어나는 일상을 동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부총재 역임] 중국대륙의 북쪽에서 내려온 조조의 1백만 魏의 군과 남쪽에서 올라온 5만의 손권-유비 연합군. 양자강 중류의 적벽赤壁에서 대치했다. 20대 1이다.

손권-유비 연합군이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상대적으로 약한 조조의 수군水軍에게 불화살 쏘아대는 화공火攻으로 전멸시켜야 한다!

계절은 겨울. 북동풍北東風 부는 때였다. 바람이 남쪽으로 불어오니 우리가 북쪽 향해 쏜 불벼락에 오히려 우리가 맞는다. 패배다.

그러니, 북쪽으로 부는 바람 남동풍南東風이 필요하다. 이 겨울에 여름바람 불어야 한다고!

그렇다. 천지신명에게 제사 지낼 제단 차려라.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우신조 비나이다.”

승패 가른 동남풍

며칠이 돼도 하늘은 멀쩡했다. 북풍 멈추고 남풍 불 기미 없었다. 장병들도 이제 다 죽게 생겼구나, 사기 떨어지고···.

그때다. 남동풍 불기 시작했다. “진격하라! 화공 퍼부어라! 화공 성공이다! 멈추지 마라! 끝까지 추격하라!”

조조 대패다. 나 살려라 도망갔다. 중국대륙 패권의 꿈 멀어지게 됐다. 조조의 위 魏-손권의 오 吳-유비의 촉 蜀=3국이 겨루는 시대가 됐다.

마술로 동남풍 불렀다?

산 위에 제단 차려 제사지낸 제갈공명. 신통력神通力으로 남동풍 모셔왔다?

그렇다면 그는 요술쟁이magician다. 요즘도 선남선녀 상상력 자극하는 마술사다. 과연 그런가.

제갈공명은 선비=지식인=인텔리겐치아intelligentsia다. 두 손 비벼대며, “수리수리 마하수리” 뇌이면서 비를 청한 건 아니다.

중국대륙엔 동절기에는 북풍이 많이 불었다. 많이 불었지 매일 북풍만 분 게 아니다. 주기적으로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바람도 불어왔다.

공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기상에 관한 지식이 축적된 인텔리였다. 며칠 안으로 남동풍 불 거라는 사실을 축적된 지식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로 사나흘 후 남동풍 분다 해서야 누가 믿겠는가. 장병들이 믿고 따르게 만드는 연출이 필요했다.

“내가 부정不淨을 타지 않도록 목욕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목욕재계를 하고 산에 오르겠다. 신명身命을 다해 기원 드리겠다.”

하루 꼬박 산에 있다가 하산했다. 만면에 웃음 가득. “내가 신과 통해 동남풍 불렀다.” 병사들 안심시킨다.

관찰과 실험

제갈공명은 어떻게 날씨에 관한 지식을 습득했는가. 지식규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관찰’과 ‘실험’이다. 그는 이 중 관찰을 통해서다.

관찰觀察은 고대중국과 그리스의 발상이다. 대표적 인물이 제갈공명과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 전집 중 하나인 <소품집>小品集에 그 사례가 나온다. 대상은 사람의 똥과 오줌이다. 냄새가 거의 다 사라질 때까지 며칠이고 관찰했다. 그리하여 똥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냄새가 점차 적어진다. 오줌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금술은?

실험實驗의 대표주자가 연금술鍊金術(alchemy)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전파된 원시적 화학기술로 중세에 완성(?)됐다.

납이나 아연, 주석 또는 쇠 등 비금속卑金屬(base metal)으로 금과 은 같은 귀금속貴金屬(noble metal)을 만들려고 했다.

불로장생의 영약도 만들고자 했다. 신선술神仙術이다. 현자賢者의 돌을 몸에 지니고 연금술을 해나가면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 믿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능해질 때까지 실험을 수백, 수천 번 했다. 끝내 실패했지만 그러나 실험 기구와 기술은 발달시켰다.

관찰과 실험은 시대의 산물이다. 오늘날 과학과 철학의 밑바탕이 됐다.

남동풍 예측–>화공–>조조 대패한 적벽대전. 그 날을 태양력으로 환산하면 208년 11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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