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상회의 앞둔 ‘아세안’···‘느긋하고 유연한 강인함’

아세안 각국의 국기를 청주 샛별초등학교 남유찬 어린이가 그렸다. 제목은 <아세안 친구들과 각 나라 여행>

[아시아엔=정연옥 객원기자]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가 1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11일자 사설 ‘주초(週初)에 생각하는 여유로운 아세안’을 통해 “동남아 10개 회원국의 연대는 느긋하고 유연해 보인다”며 “이 때문에 아세안은 일명 ‘NATO’(No Action Talk Only)라고도 야유받기도 한다”고 썼다.

아세안의 각종회의는 매년 1000회 정도 열리며 의사결정은 합의(만장일치), 그리고 내정불간섭을 원칙으로 한다. 회원국은 모두 개발도상국으로, 국가체제, 종교, 언어가 모두 제각각이라 다수결 방식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는 과거 네덜란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았다. 아세안이 선진국 중심이 돼 독자적 의회를 가진 유럽연합(EU)과 같은 형태의 통합은 아직 시기상조다.

중소국가들이 세계강국을 상대고 싸우기보다는 국내 갈등 없이 완만하게 연합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세안은 그러나 적지 않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구 16억명으로 EU(28개국)의 5억명에 3배 이상 많다. 특히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가능성이 높다.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6000억달러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세계 5위로 영국과 같은 수준이다. 이들 회원국 상호 왕래에는 아직 여권이 필요하며, 통화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에는 못미쳐 ‘관세 장벽이 낮은 경제공동체’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세안 설립은 196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처리의 여파 등으로 대립하다 ‘경쟁 없는 장치’를 모색하는 중에 국가간 연합을 구상하게 되었다.

적대관계에 있던 양국은 ‘평화와 자유를 위한’ 수렴을 지속, 1967년 8월 이들 두나라와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5개국으로 아세안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아세안은 베트남전쟁과 캄보디아내전 종결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가 추가 가맹함으로써 ‘아세안 10’ 체제가 완성되었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도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 불원간 회원국은 11개 나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아세안 후견···장기간 은근하게?

“ASEAN에 일본은 들어있나?”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일본은 아세안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1997년 ‘아세안+3’(한·중·일)가 새롭게 발족했다.

일본은 동남아 몇개국을 태평양전쟁 당시 점령하여, 전후 정부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후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대한 일본의 원조는 누계로 세계 1위이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에도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 이상으로 아세안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차관으로 고통받는 나라가 속출해 문제가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올 여름 조엔(兆円) 단위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철도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중국이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아세안 내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즉 영유권 분쟁에 무관한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친중국 입장을 보이고 있다.

‘Look East policy’ 즉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 모델로 했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가 올해 수상에 복귀하면서 아세안의 일본에 대한 기대는 재연(再燃)되고 있다. 일본은 착취형 투자가 아니라 동행과 같은 원조형 투자를 계속 할 것이다.

아세안은 최근 갈수록 아시아·태평양의 중심적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아세안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조직이 3~4개 성립되었다. 그 하나는 ASEAN 지역 안보포럼(ARF)으로 아세안 국가 외에 한·중·일·미국·러시아·북한·EU 등 27개국과 기관이 참여해 매년 여름 아세안 외교부장관 회의에 맞춰 열린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견해가 다른 게 각국이 ‘돌출된 초강대국이 없는 아세안’에 문제해결을 맡기려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아세안은 외형상으로는 느슨하고 부드럽게 보이는 듯해도 내면에는 강인함을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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