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정동길 삽화’ 최명숙 “11월이 오고 은행나무길의 낙엽은”

11월이 오고

또 저녁은 저물어

은행나무길의 낙엽은

해무(海霧)의 노래처럼 떨어져서

가슴을 덮고, 잎 진 자리마다

피는 치자빛 고독

 

기러기 앉았다 날아간 한쪽 가지 위에는

반달이 앉아서

가을 오후를 지나온

그저그런 이야기들과

좀 더 낮고 작게 져서 넘을 생의 수평선을 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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