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돌 한글날] 남북한 한글 맞춤법이 거의 같은 까닭은?

남북한 어문정책 발전에 앞장선 최현배(왼쪽)와 김두봉. 이들은 주시경 선생의 제자로 남북한 맞춤법 통일 등에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0월 9일 한글날은 단순히 공휴일이 아니라, 국경일이어야 한다. 1949년 10월 1일 국회에서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을 4대 국경일로 제정하였다. 이때 한글날도 국경일로 지정했어야 했다. 한글창제는 1443년이다. 조선 건국이 1392년이니 개국 후 50년만에 이루어진 장거(壯擧)다. 한글은 우리의 얼이요, 정체성의 뿌리다.

고유의 문자를 가지게 됨으로써 삼국통일 이래의 한민족의 일체성이 확고히 정립되었다. 지금껏 한글 창제는 집현전 학사를 동원하였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한글은 세종대왕이 왕자와 공주를 동원하며 거의 혼자서 만들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세계사상에 우뚝한 철인왕(哲人王)이다.

한글날을 국군의 날과 더불어 공휴일에서 빼기로 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인데 이는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한글날은 오히려 국경일로 정해져야 하는 것 아니요?”라고 한마디 했더라면 좌중은 숙연해졌을 것이다. 

오늘날 국경일은 정부 기념행사 말고는 국민 대부분에게는 그냥 ‘쉬는’ 날이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니 한글날을 많은 공휴일 중 하나로 보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4대 국경일에 마땅히 한글날을 더하여 5대 국경일로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상징하는 개천절로 통일을 경축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표상하며 컴퓨터 시대에는 편리함이 더욱 돋보인다.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세계에 퍼뜨려야 한다. 스물네 자 외에 지금은 쓰지 않는 아래 아(・), 여린 히읗(ᅙ), 반시옷(ᅀ), 경 이응(ᅌ)을 추가하면 세계의 다양한 음운을 보다 근사하게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동남아의 자기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익혀 쓰도록 하는 것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통한다.

컴퓨터시대에 한글은 그 우수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자를 쓰는 중국과 일본은 발음을 먼저하고 그 가운데 글자를 고르는 두 단계 절차를 거친다.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합해 쓰는 나라의 고충이다. 몽골어, 위구르어와 티베트어를 한자로 표기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중국이 막대한 노력과 자금이 드는 일을 했을 리가 없다.

한자만 컴퓨터로 표기토록 하고 몽골어, 위구르어와 티베트어를 컴퓨터로 표기하지 못하게 하면 저들의 역사와 문화는 절로 소멸된다.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 가운데 몽골, 위구르와 티베트인들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주어야 한다.

이는 일제 말 조선말을 못 쓰게 하던 단말마(斷末魔)적 탄압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과 같다.

북한도 한글을 전용하며 맞춤법도 우리와 거의 일치한다. 이는 분단 초기 남과 북에서 어문정책을 이끌던 김두봉과 최현배가 다 같이 주시경의 제자였던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한글은 통일의 가장 유력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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