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18살 청년, 49일간 표류하다 극적 구조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인도네시아의 18세 청년이 뗏목에 타고 49일간 바다를 표류하다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자카르타 포스트> 등 현지언론과 <BBC>는 25일 “파나마 선적 화물선 MV 아르페지오호가 8월 31일 괌 인근 해상에서 나무로 지어진 작은 오두막 형태의 뗏목을 타고 해상을 떠돌던 인도네시아인 남성 알디 노벨 아딜랑(18)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아딜랑은 7월 14일 술라웨시 섬 앞바다 125㎞ 지점에서 뗏목을 묶은 줄이 강풍에 끊기는 바람에 바다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아딜랑은 “한달 하고도 18일을 표류했다. 갖고 있던 식량과 발전기 연료는 첫 일주일에 다 떨어졌다”며 “부모님을 다시 뵙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뗏목은 팜 나무 잎사귀 등을 물속에 드리워 인공어초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밤엔 불을 밝혀 참치 등을 유인하는 ‘롬퐁’(rompong)이란 이름의 재래식 어구여서 그가 오래 견디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물고기를 잡아 최소한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때마침 MV 아르페지오호가 아딜랑이 표류 중인 인근 해상을 지나다 휴대용 무전기를 통해 “도와달라”고 외치는 아딜랑 목소리를 듣고 구조에 나섰다. MV 아르페지오호는 원래 목적지였던 일본 도쿠야마항에 도착한 뒤 일본 오사카 주재 인도네시아 영사관에 아딜랑의 신병을 넘겼다. 아딜랑은 건강상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진단됐으며, 이틀 뒤인 9월 8일 인도네시아로 귀국해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오사카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 파야르 피르다우스는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 인터뷰에서 “아딜랑은 인도네시아에서 괌까지 약 1920㎞를 이동하는 동안 겁에 질려 이따금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며 “그는 커다란 배를 볼 때마다 희망에 부풀었지만 10대 이상이 그냥 자신을 못 보고 지나쳤다더라”고 전했다.
16세부터 ‘롬퐁’에 타 일을 해온 아딜랑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부모님을 다시는 뵙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매일 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롱퐁 타는 일 외의 다른 직업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바다 위에서 홀로 뗏목을 지키고 월 130달러(약 14만5천원)를 받는 롬퐁 근무는 극한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