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라도 좀 들어주소”···외환위기 극복 한 축 이헌재가 ‘문 정부 경제팀’에게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축은 이헌재다. 시대 변화를 포착해 내는 ‘혜안’과 경제 산업 생태계를 조망하는 ‘통찰’면에서 보기 드문 경세가로 인정받는 이헌재는 최근 경제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용 참사, 분배 참사가 발생해도 소득 주도 성장을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고집하는 현 정권은 일종의 자기 당위성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진실’이다. 현실을 보지 않고 팩트를 인정 안 하면 국가나 사회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최저임금은 시장 균형가격이 50인데, 자기들이 생각하는 노동가치가 100이라고 가격을 100으로 올려버린 셈이다. 그러니 1000개이던 일자리가 500개로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가격이 가치에 맞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해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사회안전망 등을 통해 메우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는다. 불필요한 정부 개입이 줄어야 왜곡이 덜 일어나고 비용도 덜 든다. 문제 있는 정책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소치다.
외환위기 당시 1년 여 전부터 부실기업, 부실 채권 많다. 금융 기관에 문제가 생길 거다 하는 경고가 있었지만 ‘펀더멘털이 좋다’며 무시했다. 결국 갈 때까지 가서 터졌다. 이번에도 결국 그렇게 될 것 같다. 외환위기 때는 마침 팽창을 시작한 중국경제에 올라타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출구가 다 막혔다. 원자력산업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엄혹한 시기를 각오해야 한다. 아마 ‘실업대란’ 형태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서 변화의 핵심은 자율이다. 하지만 우리는 규제에 묶여 있다. 의료사업만 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데, 각종 기득권과 규제 탓에 원격진료도 못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때는 일자리가 마냥 줄어드는 게 아니라 형태가 달라진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갖춰야 하고 더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단체에 있었던 사람들의 강점은 뭐가 문제인지 잘 찾아낸다. 하지만 그건 미시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를 이끌 지도자라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걸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진념과 이헌재는 실제로 정책현실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 최고의 경세가들이 주는 답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직에서는 그들 고언을 듣지 않으면서 “그 사람들 보고 해보라고 해” 하며 선배들 빈축(嚬蹙)만 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에서 최고 경륜가의 고언과 조언을 들으면서 최악에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