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와 ‘육사마크’가 무슨 상관이길래···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사교장이 육사 마크를 떼었다고 한다. 예비역 선배들이 육사 마크를 단 깃발을 들고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여 정부가 싫어하니 보이는 곳의 육사 마크를 떼었다는 얘기가 있다. 집권자가 태극기 집회를 싫어하니 태극기를 바꿀 것인가? 이런 착상을 하는 후배 장군들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육사 교장은 중장 가운데도 특별하다. 15기 민병돈 교장은 특전사령관 때 전두환의 병력 동원을 반대해서 6·29가 성공하게 된 애국자였다. 28기 김선홍 교장은 모든 언행에서 사관생도의 모범이었다.
부대 마크 중에서도 특이하게 육사 마크는 근무 부서를 보여준다. 부대 마크를 떼게 한 육사교장은 출세하려고 청와대 수준을 이 정도로 본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 대장이라도 되면 “그것 봐라”면서 육사를 씩 웃으며 나서게 될 것이다.
부대 명칭에는 고유 명칭과 통상 명칭이 있다. 보병 6사단은 고유 명칭이다. 예들 들면, 3579부대는 통상명칭이다. 과거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고유명칭을 쓰지 않고 통상명칭을 썼다. 그러나 6사단이 철원에 있다는 것은 거의 누구나 아는 사실이므로 요새는 부대에 대한 자긍심을 올리기 위해 고유명칭을 쓴다. 6·25전쟁에 참전한 전진 1사단, 청성 6사단, 백마 9사단, 맹호 수기사단 등은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육사교수는 육사 출신만이 아니라 일반대학 출신도 많았는데 이들을 특수간부 후보생(특간생)이라 불렀다. 3년의 병 생활이 아니라 2년간 서울에서 근무하므로 박사과정도 연결되며, 중위 봉급도 받아 결혼생활도 가능했다.
요즘은 교통이 四通八達이지만 육사 통근차는 부천과 의정부까지 나갔다. 정말로 ‘특수’ 간부후보생이었다. 이들은 육사 출신 엘리트와 민간 엘리트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였다. 양건 전 감사원장 등도 특간 출신이다.
특수 간부후보생과 전혀 엉뚱한 석사장교 제도가 있었다. 석사장교는 기본훈련만 받고 6개월 복무로 군 복무를 마쳤다. 이를 입안한 정만길의 동기생 이종찬의 아들을 비롯해 병역 적령기의 청년들이 덕을 보았다. 육군 참모부장이 이런 허무맹랑한 제도를 착상했다는 것은, 통수권자가 얕보였다는 것을 말한다.
차기철은 경호실장하면서 대통령의 심기경호란 말도 썼다. 육사에 들어설 때 육사 마크가 보이면 대통령의 심기에 어긋난다는 착상을 한 ‘정치장교’가 육사의 기원을 신흥무관학교로 올리는 연극을 했다. 신흥무관학교의 정신을 본받자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이를 국군의 기원으로 삼는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1978년 정승화 교장 때 만들어진 <육사 30년사>를 어떻게 지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