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와 ‘교회 세습’, 왜 문제인가?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뉴패러다임 과학과 의학> <머리에서 가슴으로> 등 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대 국왕의 유언에 따라 동생이 왕세제로 자리잡고 있다가 형이 죽으면 다음 왕이 되는 형제세습을 해왔다.?형제세습이 한번 끝나고 이제?2세들이 왕이 되는 차례가 되었다.?

현재 국왕의 아들 빈살만은 왕위계승권 다툼을 일으켜 다음 왕으로 예정되어 있던 사촌형을 물리치고 왕세자 자리를 차지했다.?형제세습이 무너지고 왕위다툼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이제서야 일어났을 뿐이다.

왕이 하나밖에 없고,?왕이 되면 혼자 모든 권력을 누리기 때문이다.?왕위를 둘러싼 싸움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외가 없었다.?이성계와 함께 조선시대를 열었던 정도전의 꿈은 살해당함으로써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교회의 대형화와 아들세습 문제는 함께 엮어져 있다.?교회가 커져서 신도수가 많아지고,?건물도 커지고,?당연히 교회예산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진다.?교회는 세무감사도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더구나 교회의 헌금은 거의?100%?현금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교회의 창업자는 당연히 타인한테 자기가 키운 교회를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그러다 보니 결국 목회자 자격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 이 권력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것은 한국의 재벌이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어쩌면 그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하지만 이것은 왕국이나 재벌그룹이 아니라 교회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아예 통일교와 같이 부인과 자식들에게 세력을 물려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조라면 밖에서 욕하고 말 일이지만,?물욕에 가득 찬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나라를 바라보라고 가르치면서,?세상의 부정과 불의를 질책해왔던 교회지도자들의 아들세습은 어떤 논리로 미화하더라도 곱게 보일 수 없다.

이달 중순 테슬라학회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다.?독일의 어느 곳에서도 아파트를 볼 수 없었다.?모두가 일반주택에서 살고 있었다.?아름답고 개성 있는 주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아파트를 짓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여겨질 정도로 변신을 했다.?무엇보다도 효율을 중시해왔다.

한국교회가 대형화를 지향해왔던 것은 효율 면에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큰 교회를 이뤄낸 목사 입장은 더 말할 필요 없을 테고,?신도들 입장에서도 소위 말씀이 훌륭하고 안정된 검증된 목사들을 만날 수 있고,?큰 교회에서 누리는 쾌적함과 그들의 교회가 힘을 집중해서 사회에서 발휘하는 파워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세계?10대 대형교회의 대부분이 한국에 있다는 현실은 자연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한 건물에 십자가가 여러 개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자본주의시장경제 속에서 비교우위가 떨어지는 교회는 도태되면서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대형교회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교회를 설립하고,?교회와 한 몸이라고 생각하며,?영원히 교회와 함께 갈 줄 알았던 창립목사가 교회를 떠나야 할 시점들이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교회를 물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 교회 저 교회 순서대로 닥치고 있다.

북한에서는?3대까지 정권을 물려주는데···.?결국 많은 창업주 목회자들이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선택을 하고 있다.?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선택이다.?단지 물려주는 대상이 기업이 아니라 교회이다 보니 성경적으로 보이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지 않는 양극화사회로 고착화되고 있다.?대형교회가 생기면서 기독교도 이미 양극화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까??대형교회가 없던 시점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목회자들이 양심적으로 교회세습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이 세상에 없었던 대형교회들을 만들었다.?전례가 없었으니 대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현재 상황은 결국 창립목사인 당회장 목사에게로 권력이 집중되다 갑자기 권력이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그런 과정에서 창립목사와 핏줄로 연결되는 세습제가 조금이라도 권력을 집중하는데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필자는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필자가 보는 해답은 과거의 개인목사에 의존하는 사고를 버리고,?대형교회에 맞는 새로운 장로·신자 및 목회자가 함께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변환하는데 있다고 본다.?교회 재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그리고 목회자의 사례비도 투명하게 공개되고,?세금도 내야 한다.?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대형교회의 ‘당회장’이라는 명예 말고 경제적인 이득이 실제로 많지 않다면, 자식에게 권리를 물려주려고 사회의 비난마저 감수하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초교회적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참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소수의 교회에서라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다른 교회에서도 이를 따라가는 모습도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현재 상황을 당장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길을 간다면 신뢰를 잃은 한국교회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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