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27살 영어강사, 미국에서 온 양성애자”
[아시아엔=알레산더 보나노미 기자] 성소수자를 말하는 LGB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LGBT는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렌스젠더(Lesbian·Gay·Bisexual·Transgender)를 말합니다. <아시아엔>은 성소수자인 이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자세히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소수자인 이들이 어떤 차별이나 냉대 대신 동등한 지위를 통해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아랫 글은 미국 출신의 20대 후반 남성으로 양성애자인 매튜에 대한 인터뷰 글입니다. 그의 얼굴은 LGBT 이미지를 담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편집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매튜, 27살.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시골 출신이다. 2016년 2월 한국에 오기 전에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살았다. 지금은 대구의 사설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당신의 성정체성은?
“언제나 양성애자였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과정은?
“사실 어떻게 보면 재밌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내 친구들은 대부분 여자아이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팬픽션이나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들이 추천하는 만화들을 종종 읽곤 했는데, 그때 추천받은 야오이 만화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통해 나의 성정체성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나는 이 만화를 보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생각했었다. 간혹 내가 몇몇 남성친구들에게 친구이상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성친구들을 좋아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오이 만화시리즈의 마지막 권에서 동성애의 사랑을 다루는 장면을 본 후, 내가 남성을 성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나는 내 성정체성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커밍아웃했는가?
“친한 친구들에게는 숨기지 않았다. 사실 숨기려고 했어도 불가능했을 거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극적인 커밍아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을 피했다. 직장동료들에게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있는 몇몇 외국인들에게 알리기는 했다.”
-그들은 당신을 성정체성을 인정해주는가?
“대체로 그렇다. 나는 커밍아웃할 사람들을 신중히 정했기 때문에 별 문제를 겪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받아들이고 나서는 나와 LGBT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나는 부모님께 내 연인 몇명을 소개했고, 서로 좋게 잘 지냈었다.”
-커밍아웃과 관련해 문제를 겪은 적이 있나?
“몇 가지 있었지만 그다지 심각한 것은 없었다. 예를 들어 직업을 잃거나 목숨을 위협받은 적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커밍아웃할 사람들을 조심해서 고르곤 했다. 간혹 양성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공개적으로 비방당한 적은 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낀 적이 있나?
“외국인으로서 직접적인 차별을 느껴본 적은 없다. 한국인들과의 관계에서 언어장벽 외에는 불편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한국의) 부모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통제되는 교육분야에서 일을 한다. 따라서 생계를 위해서는 그들이 불평할 수 있는 행동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게이 퍼레이드가 많은 반대 시위에 부딪히는 것을 보았을 때, 직장에서 성정체성을 숨기고 그 이슈를 다루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대구의 LGBT 커뮤니티는 어떤가?
“한국의 가장 보수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구의 LGBT 커뮤니티 규모에 놀랐다. 대구에서는 정기적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매년 여름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린다. 두 축제 모두 참여해보았는데, 두 곳 모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한국에서 만나는 LGBT 사람들은 주로 외국인이거나, 외국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한국 게이들이 사용하는 Grindr의 한국인들이다. 한국인 게이들을 위한 다른 훅업 어플도 있다. 또한, 퀴어들을 위한 술집이 몇 곳에 있다. 가본 적이 없어 지금도 영업 중인지 모르겠지만 대구 시내에 있는 LGBT 사우나 광고를 본적이 있다.”
-그 정도로 활발하다는 말인가?
“LGBT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는 2016년 목격했던 대구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주요 이벤트는 시내 쇼핑구역의 무대에서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오후 파티 전까지 노래 부르고 춤을 췄다. 그날 밤 몇몇 친구들과 주변을 지나가다 그 장소에서 종교의식이 열리는 것을 목격했다. 일종의 정화를 위해서였다고 후에 한국인 친구에게 들었다. 그들은 촛불과 성경을 들고 기도하고 있었다. 한국의 LGBT 커뮤니티는 자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는 있지만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LGBT 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 퀴어문화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들뜬다. 적어도 절반 이상의 한국인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공개적으로 LGBT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싶다. LGBT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동들이 앞으로도 점차 확대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LGBT 사람들이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작년에 제주도에서도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을 때 매우 기뻤다.”
-미국과 한국의 LGBT 운동에 차이가 있나?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퀴어운동이 시작되었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반면 한국은 LGBT 사람들이 최근에서야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스스로를 위한 공간을 개척하게 된 것 같다.”
-당신이 커밍아웃 했을 때 가장 좋았던 반응은? 그리고 가장 싫었던 반응은?
“가장 좋았던 반응은 대학에서 사귀던 여자친구와 ‘bi-five’(서로 양성애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를 했을 때다. 우리는 서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 관계가 더 좋아졌다. 반면 가장 싫었던 반응은 한 남성친구로부터 LGBT와 관련된 사이비과학적 논리를 계속 들어야 했을 때다. 그는 양성애자 남자들이 사실은 왜 동성애자인지에 대해 OKCupid가 한 수상한 연구에 대해 말하고는 했다. 이 친구와는 곧바로 연락을 끊었다.”
-가장 좋아하는 퀴어영화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꼭 영화여야 하는가? 팬픽션이나 웹툰이면 안되나? 나는 영화보다 팬픽션과 만화에서 퀴어로서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퀴어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를 꼽아보자면 바로 <카바레>다. 이 영화의 OST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퀴어만화는 코미카에서 연재했던 영하와 박담의 <Fools>라는 만화다. 이 만화는 단순히 로맨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LGBT 커플들이 겪는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매력적인 퀴어캐릭터들과 사회적 쟁점에 대해 다루는 웹툰으로는 Tab의 <Khaos Komix>도 추천한다. 10점 만점에 10점인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세계를 여행하는 ‘퀴어 공상과학 소설가’가 되고 싶다. 세계여행은 이미 실행중이다.”
-10년 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알 수 없다! 미국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널린 쓰레기들을 분류하는 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지만 나는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