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금식·금욕···터키 기자의 ‘라마단 체험기’

2018년 라마단이 끝난 지 한 달이 되어 옵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 문화권 출신들이 라마단 기간을 성수(聖守)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터키 출신의 알파고 시나씨 기자의 ‘라마단 체험기’를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알파고 기자는 “매년 라마단이 되면 절제와 기도를 통해 나와 이웃을 돌아볼 수 시간으로 채워 참으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 글 하단에 라마단에 대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아시아기자협회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 팀장,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저자] ] 나는 라마단이 무엇인지를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날 새벽에 잠이 깼는데, 엄마·아버지, 작은 아버지, 막내 고모, 큰 고모네 장남이 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다시 잠든 후 아침에 일어나 어머니에게 왜 어른들이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먹는지 여쭈어 봤다. 어머니가 또박 또박 설명해주었다.

“아들아! 얼마 있으면 라마단 명절이 다가온단다. 그 명절기간 동안 우리 어른들은 약 한달간 금식을 해야 한단다. 너도 어른이 되면 우리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해뜨기 전에 밥을 먹고, 낮에는 금식을 하면 된단다.”

필자는 그 말씀을 듣고,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금식하려고 했다. 다음 날 내가 아침밥을 안 먹자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아들아 밥을 왜 안 먹지?” “저도 금식하려구요.” 이 말을 듣는 어머니는 “너는 아직 어리니까 금식하면 안 돼!” 하셨다. 필자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어머니는 마침내 이러한 제안을 하셨다. “너는 그러면 半금식을 하려무나! 반금식은 점심까지만 하는 거야.” 필자는 그날 점심까지 안 먹고, 친구들에게 잘난 척을 했다. “나도 이제 어른 됐어! 나 오늘 금식했단 말이야.”

이슬람 교도들이 라마단 기간 하루 동안의 금식을 마무리하며 먹는 저녁식사인 ‘이프타르(Iftar)’를 맛있게 먹고 있다. < 신화/뉴시스>

물론 얼마간 세월이 흐른 다음 ‘반금식’이라는 개념은 없고, 어머니가 나에게 짐짓 거짓말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처음 금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 초등학교 3학년 때 3일간 금식을 했다. 이어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거의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을 다 지켰다. 특히 5학년 때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우리 반 친구들과 달리 나 혼자 금식을 지켰다. 필자는 그때 나 자신을 어른으로 생각하며 매우 기분이 좋았다.

라마단 때는 금식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큰 행복감을 느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늘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가 왜 금식을 하나요?” 어머니는 이렇게 답해 주셨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금식을 하라고 하셨단다. 금식을 통해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의 어려운 형편을 느끼고 아낌없이 기부활동을 하기를 원하신단다.” 금식하다 보니 어머니 말씀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을 안 먹고 점심까지 버티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점심 이후부터 밥이나 물을 계속 섭취하지 않을 경우 밥과 물을 못 먹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하는 느낌이 확 들어온다. 특히 오후 4시쯤 되면 배가 너무 고파온다. 그 시간 무렵이 되면 우리 주변의 불쌍한 사람들뿐 아니라 기아에 허덕이는 멀리 아프리카 사람들까지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어느덧 그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된다. 한달 간의 라마단을 거치면서 가난한 이웃에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이 한결 더 생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라마단 기간 중 가장 힘든 것은 수면 리듬이 흐트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라마단 기간이 여름에 겹칠 경우 더 그렇다. 아시다시피 라마단은 매년 같은 시기에 오지 않는다. 음력으로 계산하므로 매년 시작일이 열흘 정도 앞당겨진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라마단 금식의 경우 견딜만 했던 것 같다. 당시 겨울이어서 낮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해가 떠있는 낮 시간에 12시간에 훨씬 못 미치므로 일출 전인 아침 7시에 밥 먹고, 해 지는 오후 5시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러나 올해처럼 라마단 기간이 여름철에 겹칠 경우 새벽 2시반에 일어나 3시반까지 밥을 먹은 후 오후 8시까지 버텨야 된다. 낮 시간에 길어져서 식사도 힘들지만, 더욱 힘든 점은 밤 12시에 잤다가 새벽 2시반에 일어나 밥을 먹고 4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 수면리듬이 완전히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가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다보면, 도중에 잘 수 없고, 새벽밥 먹을 시간까지 기다린 후 자야 된다. 물론 새벽밥을 생략해도 되지만, 그 시간에 안 먹고 밤 8시까지 기다리기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거다.

결론을 맺자면, 라마단은 인간의 욕구를 통제하는데 아주 좋은 훈련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다. 보통 혼자서 훈련을 하면 심심한데, 라마단은 가족·친구들과 같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하니까 덜 힘들게 느껴진다. 오히려 라마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의 상황을 더 이해하고, 가족·친구들과 더 지내지고, 물 한잔의 가치를 배우게 되니 ‘일거삼득’이 아닌가 한다.

라마단은?

라마단(Ramadan)은 아라비아어로 ‘타오르는 더위’ 또는 ‘메마름’을 뜻하는 ‘아르 라마드(ar-ramad)’에서 유래했다. 성스러운 달의 이름이기도 한 라마단 기간 성인들은 매일 해가 떠있는 낮 동안 먹거나, 마시거나,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한다. 노인과 환자, 임산부, 수유중인 여성, 12세 이하 어린아이는 예외다.

일몰 이전에는 회당에 모여 코란 구절이 포함되어 있는 긴 기도문을 암송하는 전통이 있다. 라마단 기간 신도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코란 통독이다. 일몰 후에는 가족들이 모여 이프타르(Iftar)와 만찬을 위한 재료를 장만해 요리하여 먹는다.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므로 종종 즐거운 향연의 시간이 된다.

이슬람교의 라마단 의식은 타종교 의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기독교의 사순절처럼 성찰과 금욕의 시기이다. 속죄기간이라는 종교적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유대교의 욤키푸르와 유사하다. 라마단의 기원은 이슬람교의 특별한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했다. 이슬람력으로 9월은 예언자 마호메트가 신으로부터 코란의 첫번째 경전을 받은 날이다.

‘라일랏 알 카드르’(신성한 권능의 밤)라고 하는 이날은 오직 신과 마호메트만이 알고 있는데, 마호메트는 사람들이 “이날 하루만 열심히 기도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빠질 것을 우려해서 사람들에게 정확한 날짜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