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날 부르려거든’ 김종환 “어제 과음했어도 나가리라”
날 부르려거든
‘술이나 한잔 하자’
고 하지 말고
‘소주를 한 잔 사겠소’
라고 말해 주오
좋은 술집, 비싼 술집이
아니라도 좋소
시장 안, 꼭 시장 안이
아니라도 좋소
돼지국밥집이나
순대국밥집이면
더욱 좋소
술을 사겠다니
부담이 없어 좋지만
주머니엔 술값을
넣어 가지고 나가겠소
마시다 보면 술값은
내가 낼 수도 있고
아니면 2차를
내가 내더라도
그게 술 마시는
기분 아니겠소
한 잔이라고 했지만
한 병씩은 마십시다 그려.
그리고 기분이 동하면
한 병 더 시킵시다
혹시 술값을 내가
내어도 나무라지는 마오
술 사려다 대접받으니
그대가 좋을 것이고
대접받으려다가
내가 대접을 했으니
내기분도 좋을 것이라오
날 부르려거든
그냥, ‘소주를 한 잔 사겠소’
라고만 하소
어제 과음했어도 나가리라
내일 과음할 일이 있어도
오늘 저녁엔 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