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의 재밌는 월드컵⑤] 2번의 멕시코월드컵이 낳은 최고영웅, 펠레와 마라도나
언제나 특별했던 2번의 멕시코월드컵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스포츠에서 멕시코는 특별한 곳이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도 거의 전 경기에서 세계기록이 달성되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도 잊을 수 없는 스토리가 숱하게 만들어졌다. 우승팀에 주어지는 줄리메컵은 이탈리아를 4:1로 결승전에서 대파하고 3번째 우승한 브라질팀이 영원히 간직하게 되었다.
줄리메컵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FIFA 회장이었던 줄리메가 기증한 순금으로 만든 우승컵이다. 1966년 런던월드컵 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전시 도중 도난당했다. 우승컵 없이 대회를 치르기 직전 런던의 교외에서 느닷없이 피클스라는 이름의 개가 우승컵을 물고 나타났다. 이 사건은 하도 유명해서 오히려 월드컵을 가장 인기있는 지구촌의 축제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70년 3번째 우승함으로써 브라질에서 영구보관하게 된 줄리메컵은 브라질에서 1983년 다시 도난당했다. 사건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줄리메컵이 용광로에서 녹아서 이미 사라져 다른 금제품으로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렇게 줄리메컵은 영원히 사려졌다. 황당한 월드컵 수난사이다. ?
1970년 브라질팀은 현재까지도 축구역사상 가장 강한 팀으로 알려지고 있다. 4번째 월드컵에 참가하는 펠레를 비롯해서 자일징요, 토스타오, 리베리노 등의 세계 최강의 공격진이 결승전을 포함해서 전 경기를 4점 이상 득점했다.
1966년 런던월드컵서 되찾은 줄리메컵, 1983년 영원히(?) 사라져
브라질은 하지만 예선전에서 1966년 런던월드컵 우승팀으로 아직도 전성기의 실력을 간직하고 있는 영국과의 경기에서는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이 경기는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기로 손꼽힌다. 필자는 멕시코월드컵부터 중계가 시작된 월드컵의 전 경기를 지켜보았다. 축구의 교본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브라질과 영국과의 경기에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예선전에서 브라질에 졌지만 영국도 8강에 올랐다. 서독과의 8강전에서 영국은 2:0으로 이기다 연장전에서 서독에 2:3으로 역전패하였다. 그 경기에서 이긴 서독은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 3:4로 지고(이 경기 연장전에서만 5골이 나온다)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다.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이 경기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대한민국과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다시 소개하겠다.
펠레는 4번째 출전하는 멕시코월드컵에서의 4골을 포함해서 월드컵에서 총 12골을 기록했다. 17살의 나이로 처음 월드컵에 출전했던 펠레는 예선전에서는 벤치에 앉아서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선배들의 부상으로 드디어 펠레에게도 기회가 다가왔다.
8강전에 출전했던 펠레는 당시 세계 최고 골키퍼 야신이 버티고 있었던 소련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 골은 아직까지도 월드컵 사상 최연소 골이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펠레는 3골을 몰아치며 역시 월드컵 최연소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는 2골을 넣었는데, 앞에 있는 수비수를 공을 툭 차서 넘긴 후 수비수 뒤로 돌아가 발리슛을 날리는 펠레의 골은 월드컵 사상 가장 위대한 골 중의 하나로 꼽힌다.
펠레는 칠레와 런던월드컵은 부상으로 2골에 그쳤다. 멕시코월드컵 전 경기에서 득점했던 자일징요는 7골을 넣었지만 그 다음 서독월드컵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다. 펠레는 4번째 출전하는 월드컵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고, 브라질팀을 3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멕시코월드컵에서의 펠레의 골들은 마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듯 특별히 아름답게 느껴졌고, 필자는 경외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7살 펠레 월드컵 최연소 득점 지금껏 안깨져
1986년 멕시코에서 열린 2번째 월드컵의 주인공은 마라도나였다. 1954년 이래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독일에서 뛰던 차범근까지 대표팀으로 불러들여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스트라이커였으나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반에서는 미드필더로 뛰던 멀티플레이어였던 허정무는 이번에는 마라도나를 마크하는 역할을 맡았다.
허정무는 무지막지하게 마라도나에게 반칙을 했는데, 마라도나에 발길질을 하는 허정무의 모습은 월드컵 영화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은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와의 결과적으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그 당시 32개 팀이 아니라 24개 팀이 참가했기 때문에 예선전에서 8개 팀만 탈락해서 한조에 3팀이 올라가기도 했다), 감독이 판단을 잘못해서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 2:3으로 지고 말았다.
마라도나를 마크하지 않는 허정무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는다. (아시아 지역 예선전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허정무는 결승골을 넣었다) 한국을 방문한 마라도나는 허정무를 기억한다고 했고, 허정무가 축구가 아니라 태권킥을 날렸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 후 2번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허정무는 남아공에서 열린 2010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팀을 최초 원정 16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신태용 대신 허정무를 감독으로 추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축구의 전설 중 하나인 허정무 감독의 다양한 모습이다.
8강전 아르헨티나와 영국과의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2골을 넣었다. 첫번째 골은 헤딩인 것 같이 보였으나 교묘하게 손을 쓴 것이 곧 드러났다. 지금 같으면 당장 비디오 판독으로 경고나 퇴장을 당했을 일이다.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골이다. 그러나 마라도나가 하프라인으로부터 드리볼을 시작해서 영국 수비수 4명을 제치고, 마지막 골키퍼까지 제치고 넣은 두번째 골은 모두를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이 골은 월드컵 사상 가장 위대한 골로 선정되고 있다. 매체에 따라 펠레의 스웨덴월드컵 결승전의 골도 가장 위대한 골을 놓고 마라도나의 골과 다투기도 한다.
‘신의 손’ 마라도나, 아르헨 2번째 우승 견인
마라도나는 벨기에와의 준결승에서도 영국 전에서와 같이 하프라인으로부터 단독 드리볼로 또 한 골을 넣었는데, 이 골은 월드컵 사상 위대한 골 3위로 선정되기도 하는 골이다. 마라도나의 활약으로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월드컵에서 2번째 우승하며 영원한 축구강국으로 등극한다. 고원지대인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는 항상 기대보다 풍성한 결과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