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코미디’, 탈중앙화 대중문화의 대안

[아시아엔=오대현 코미디 헤이븐 대표] 필자가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 2018년 지금 이 시점에도 아티스트들이 과거 엔터테인먼트 산업 권력 구조의 잔재에 묶여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아티스트들의 다양성이나 예술성은 크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단하게 음악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들어 아티스트가 직접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탈중앙화 과정이 점차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 일반인이 별다른 진입장벽 없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나 도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과거에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반 녹음이 필수적이었고, 이 때문에 그에 투입되는 자본과 전문 인력 또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뒷받침해주고 제공해줄 수 있는 자본을 가진 회사와 계약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계약관계에 따른 필수적인 요소들이 뒷받침 되어야만 대중이 아티스트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카테고리에선 나름의 권력 구조가 탄생하였다. 한 개인이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해주는 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권력 구조상으로 봤을 때 소속 회사 밑에서 활동하는 개념이 확립된 것이다.

아티스트의 역량이나 인지도가 권력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론 아티스트의 여러 활동에 제약이 걸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제약의 값을 지불함으로써 아티스트는 자신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얻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의 코미디 또한 비슷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코미디를 하고 싶은 코미디언의 입장에서는 공연도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었겠지만 코미디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 창구는 독보적인 주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고 있는 TV였다. 이에 따라 코미디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방송 3사가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그에 따른 인재들을 공개채용으로 모집하는 모집하는 구조가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었다.

이처럼 대중에게 직접적인 접근권이 없는 아티스트들이 ‘중간 상인’ 격인 기득층을 거쳐야 하는 구조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정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아티스트들이 ‘을’인 입장이 되고, ‘갑’이 폭리를(단지 금전적인 이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취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부가적으로 이러한 ‘중간 상인’과 협상하는 데에 이점을 차지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을 지원해주는 에이전시나 메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소속사들 또한 생기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윤을 목표로 하는 소속사들 또한 아티스트보다는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게 되었다. 이들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에이전시라기보다는 아티스트들을 ‘키워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며 심지어 아티스트가 아닌 에이전시를 브랜드화 된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부 제리 사인필드 <사진=AP/뉴시스>

필자가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희망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구성에 있어서 음악산업이나 영화산업과는 다르게 자본과 전문적인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음반을 만들어서 유통해줄 자본이 필요했던 음악산업과 달리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런 요소들을 필요치 않는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선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 영화에 캐스팅이 되어야 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렇지 않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자본이나 기타 부수적인 인력이 아닌 단순히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기량과 그가 만드는 컨텐츠로 공연의 질이 결정된다. 때문에 미국 코미디계에는 코미디언에게 소속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무의미하다. 각자의 코미디언들이 ‘중간 상인’의 도움 없이도 (물론 어느 정도는 에이전시나 메니지먼트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행성에 있어서 용이함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자신을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에서 1인 미디어나 방송이 떠오르는 산업으로 주목 받는 사실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향후 몇 년 이내 스탠드업 코미디가 구성 자체의 간결함과 보다 용이해진 대중에의 접근성을 십분 활용하여 기업 자본의 도움 없이 양질의 공연과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또 바란다.

*코미디 헤이븐 대표 오대현, 작가의 다른글들은 blog.naver.com/comedyhaven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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