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굴밥 한 그릇과 게국지 품은 서산···철새 도래지 천수만에서 떠나는 아름다운 별자리 여행
정향희 셰프의 서산 여정 1
[아시아엔=정향희 셰프·푸드칼럼니스트] “백마가 힘차게 세류영(細柳營)에서 우는데, 중요한 땅 웅장한 진번의 절도사가 큰 성을 이루었네. 아낙네의 쪽처럼 떠오르는 산이 둘러싸고 있고, 바다는 고래 물결로도 동하지 아니하고 맑고 깨끗하다.”
조선 전기 최고의 문장가 서거정은 아름다운 해미읍성의 엄숙하고도 아름다운 주위경관을 이처럼 표현하였다. 해미읍성은 왜구에 맞서 서해안을 방어했던 조선시대 대표적인 읍성 중 한곳으로 중요 문화유적지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20만㎡ 넓은 평지에 축조되어 큰 규모의 성이었다. 또한 이곳에는 1866년 천주교 박해 때 1000여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해미읍성의 관아에 잡혀와 고문당하고 처형당했던 회화나무가 있다. 나무 곳곳에는 아직도 그 때의 아픔을 보여주는 듯 고문의 자국이 남아있다.
서산에는 역사의 흔적만이 아닌, 아름다운 볼거리가 많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곳에는 어부들의 분주한 모습과 함께, 바다와 산을 비추는 햇살이 형형색색 바뀌어간다. 철새들의 날갯짓과 밤하늘 별들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포구에서 맛있는 제철 음식을 먹고, 바닷길을 따라 걷는 곳곳에 생선 말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마음의 휴식과 위안을 찾아 서산으로 짧은 여행길을 떠났다.
무학대사 깨달음 얻은 간월암과 간월도
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간월암자는 썰물 때만 건너서 암자에 갈 수 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간월도에 가면 굴과 조개를 주울 수 있는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다. 갯벌 근처에 아주머니 홀로 추운날씨에도 나와 손수 손질한 굴을 팔고 있다. 참 싱싱하다.
해변을 따라 있는 횟집 몇몇을 지나치다 한 굴밥집에 들어가 굴밥정식을 시켰다. 굴이 제철이라 그런지 맛이 뛰어나다. 서해의 참굴은 옛날 수라상에도 오를 만큼 맛이 훌륭하다.
간월도를 나와 5km 정도 달리면 버드랜드가 있다. 간월도의 암자와 포구를 구경하고 맛있는 점심을 하고 나면 잠시 이곳에 들러 철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버드랜드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서산천수만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하는 곳으로 서산시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아이들의 생태교육에도 안성맞춤일 뿐더러, 천수만에 서식하는 철새표본과 4D영상, 그림 자료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충남 서산시 창리 산 5-1(041-664-7455)
여행의 묘미는 그 고장의 특산물로 만든 간편한 요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서산은 서해의 맑은 바다와 해풍, 비옥한 토양 덕택에 마늘과 생강·블루베리 등이 유명하다. 마늘이나 생강으로 만든 식품을 서산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 유명한 서산생강한과가 있다. 서산 아라메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해는 조금씩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간다.
향토음식 그 이름 ‘게국지’
미식가라면 한번은 들었을 법한 서산의 향토음식인 게국지를 빼놓을 수 가 없다. 게국지는 절인 배추에 간장게장과 젓갈 국물, 양파·마늘·고춧가루 등을 넣어 버무린 후 된장육수를 넣어 끓인 음식이다. 구수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게국지를 잘하는 식당 주인 할머니는 이제 연로하여 아들과 며느리에게 비법을 전수해 이어오고 있다. 할머니는 “아들만 넷이어서 서산에만 쭉 머물고 있다”며 “입맛이 아무리 현대화됐다 해도 옛날 음식 맛 그대로 손님들에게 전하는 게 큰 기쁨”이라고 했다.
1만원권 지폐 뒷면의 비밀을 서산 밤하늘에서 풀다
유난히도 밤하늘이 맑아 보이는 서산여행의 첫날이었다.
만원권 지폐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만원권 지폐 뒷면을 보면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그림이 있다. 이는 충남 서산 출신 금헌 류방택 선생이 제작한 것이다. 별의 밝기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 표현한 최초의 전천 석각 천문도로써 선생의 학문 연구에 대한 열의와 그 뜻을 기려 설립된 것이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041-669-8496)이다.
이곳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각석의 복원본을 관람할 수 있고, 천문과 기상을 테마로 한 천체관측, ‘돔’에서의 영상 관람 등 실감나는 체험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본인은 날씨도 때에 맞추어 여행을 잘 왔나보다. 넓은 돔 스크린 아래에 누워서 별자리의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관측실에 올라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별자리 모습이 선명히 더 잘 보인다.(계속)